마두로 압송·동맹에 관세 협박 강경 이민 단속에 사망자 발생 고작 한 달 새 기존 질서 흔들 한국은 어떤 대책 가지고 있나
‘수십 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몇 주 만에 수십 년 동안 일어날 일들이 벌어지는 시기도 있다.’
러시아 혁명가이자 정치가인 블라디미르 레닌의 말에서 유래해 변형된 문장이다. 레닌은 러시아혁명으로 로마노프 왕조가 무너지는 것을 보며 “혁명이 이렇게 빠르게 올 줄 몰랐다”고 했다고 한다. 이후 사회·경제적 급변기에 이 문장은 종종 인용됐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에서 다시 등장했다.
이진경 국제부장
2026년이 시작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침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미군을 보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 법정에 세웠다. 전격적인 ‘확고한 결의’ 작전이었다. 국제사회 비판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원유를 차지했다.
곧이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와 이란을 겨냥했다. 그린란드를 노린 건 미국 방어에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유럽은 그린란드에 병력을 보내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굴하지 않고 그린란드에 군을 보낸 유럽 8개국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유럽국들은 교역을 제한하는 ‘무역 바주카’, ‘보복 관세’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맞섰다.
이란 위협은 반정부 시위를 빌미로 삼았다. 항공모함을 이란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이미 반정부 시위는 진압된 상황이지만, 이참에 이란의 핵 포기를 받아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란에 미사일 공습을 한 전례가 있어 전 세계가 긴장 상태다.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무기’다. 한국도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최근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신속하게 이행하지 않는다며 15%로 합의했던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말로 하는 경고인지, 실제로 관세를 인상할 것인지 한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내부의 혼란도 적지 않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 이민자를 배척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권세를 등에 업은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단속 요원들은 제어 없는 권력을 휘둘렀고, 미국 시민권자 2명이 요원들의 총격에 희생됐다. 도화선이 돼 ICE 반대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흔들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을 따라주지 않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 법무부 조사에 착수했다. 연준 본부 공사 예산에 대해 의회 증언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최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의장 후보로 지명했는데, 과거엔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가, 최근엔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금리 인하에 동조하는 듯해 시장이 그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1월에 벌어진 일이다. 정말로 ‘몇 주 만에 수십 년 동안 일어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올해는 이제 한 달 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3년 남았다. 많은 일을 실행하고 무엇이든 재창조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날마다 ‘미국 우선주의’, 실상 ‘트럼프 우선주의’에 가까운 트럼프 대통령의 말·행동에 대응책을 마련해 ‘발등의 불’을 끄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동시에 해야 할 일은 그로 인한 장기적인 흐름을 읽고 대비하는 것이다. 단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다고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미국 안팎의 요인들로 국제사회를 주도하던 미국의 힘이 분산되고 있다. 이를 나눠 받은 각국, 각 지역의 책임이 커지고, 주장도 강해진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은 일시 봉합됐지만, 이 때문에 ‘동맹’으로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행동할 것이라는 70년 신뢰가 깨졌다. 경제·안보·외교 등 측면에서 미국에 상대적으로 추를 더 놓았던 나라는 이제 일부 추를 아시아로, 중남미로 옮기고 있다. 중국, 일본 등도 저마다 자국 이익을 챙기겠다고 하고 있다.
익숙했던 국제질서가 달라지는 흐름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미 동맹을 외면할 수 없고, 중국과 일본과는 적당한 거리로 균형을 맞춰야 하며, 국익도 지켜야 하는 어려운 문제다. 해답을 찾기 위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