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를 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양도 차익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고, 호가를 낮춘 일부 급매물도 등장했다. 다만 거래 제약과 높은 대기 수요 등으로 당장 가격 상승세를 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3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5만7850건으로 올해 1월1일(5만7001건)에 비해 1.4% 증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을 예고한 지난달 23일(5만6219건)과 비교하면 2.9% 늘어났다. 양도세 부담과 보유세 강화 등을 우려한 다주택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를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대한 시장 반응으로 보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올 들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매물이 10%대로 늘었다”며 “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정상화로 가는 첫 신호”라고 적었다. 올해 들어 매물 증가율이 10%를 넘은 서울 자치구는 송파구(16.2%), 광진구(14.4%), 강남구(13.7%), 서초구(13.4%), 성동구(10.0%)로, 모두 가격 상승으로 양도 차익이 큰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급등한 서울 아파트값이 쉽게 하락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은퇴자나 고령층을 중심으로 매도 움직임을 보이며 매물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꺾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부동산법무학과)도 “대통령이 세게 말한다고 집값이 갑자기 내려갈 거라고 보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며 “말로만 투기를 잡겠다고 하기보다 고위공직자나 여당 인사들이 비거주 주택을 정리하는 등 솔선수범을 보여야 정책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토지거래허가제와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규제 중첩으로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다주택자들에 대한 퇴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함 랩장은 “지금 시점에서 규제 해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당장은 5월9일 전에 계약만 하고, 잔금이나 등기는 2∼3개월 뒤로 미뤄도 절세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방식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했다.
임대차 시장 불안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에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 이유가 없어져 ‘매물 잠김’과 거래 절벽이 본격화하며 피해는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규제만 계속 쌓으면 거래는 멈추고 시장이 더 경직될 수 있다. 다주택자만 때려잡는 식으로 가면 문제가 생긴다”며 “특히 전세 물량 대부분은 다주택자가 공급하고 있는데 이걸 다 막아버리면 세입자들은 갈 데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