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아파 갔는데 멀쩡한 손목 절개”…정형외과 병원장 징역형

손가락 환자 손목 절개…조무사에 봉합 지시
“순간 착각, 상해 아냐” 주장…징역 1년6개월

환자의 엉뚱한 부위를 수술하고 간호조무사에게 봉합을 맡기는 등 불법 행위를 일삼은 부산의 한 정형외과 병원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손목을 쥐고 있는 환자의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1단독(정순열 판사)은 의료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 A씨에게 최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한 방사선사 B씨와 간호조무사 C씨에게는 각각 벌금 400만원과 250만원을 선고했다.

 

2017년부터 부산에서 병원을 운영해 온 의사인 A씨는 2020년 2월3일 오전 손가락 질환 수술을 해야 하는 50대 여성 환자 D씨의 수술명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손목 절개술을 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간호조무사들에게 피부 봉합 시술을 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당시 D씨는 손가락 통증을 유발하는 방아쇠수지증후군을 앓고 있었으나 A씨는 손가락이 아닌 손목 부위를 절개하고 손목터널증후군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실 칠판에 환자명과 수술명이 적혀 있었고 간호조무사가 고지했는데도 A씨는 엉뚱한 부위를 수술했다.

 

A씨는 수년간 하루 3~6명의 수술을 하면서 마무리 피부 봉합을 C씨 등 간호조무사들에게 시켜왔고 실제로 200차례에 달하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봉합을 받은 환자들은 부작용으로 여러 차례 항의를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외에도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닌 고주파 열 치료 등을 받은 환자가 도수치료를 받은 것처럼 진료비 세부 내용에 기재하기도 했다. 이를 몰랐던 환자들은 보험사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했고, 환자 550명에게 보험금 2억6020만원 상당이 잘못 지급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한 봉합은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수 있는 의료 행위가 아닌 진료 보조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순간적인 착각으로 육안으로 확인된 손목터널증후군을 수술한 것이고 환자의 손목 상태가 나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상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험 역시 “도수치료 등을 처방하지 않았으나 직원들이 그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도 했다.

 

정 판사는 “간호조무사들이 봉합을 하면서 감염에 대해 걱정을 하기도 했고 환자의 손목에서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수 있는 의료행위가 분명하다. 장기간 반복적으로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모든 범행을 부인으로 일관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의 일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범죄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