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치솟았지만 지역별 온도 차는 확연히 달랐다. 서울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경기 과천·분당 등에선 거래 10건 중 8건이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지만, 서울 외곽 지역의 최고가 경신율은 10%대에 그쳤다. 다만 최근 들어 핵심 지역의 상승세가 다소 둔화하고 서울 외곽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며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는 추세다.
◆최고가 속출한 강남·마용성·과천·분당
4일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의 아파트 실거래가 분석 결과 지난해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2019∼2024년 동일 면적 아파트의 최고가를 경신한 비율은 54.7%로 집계됐다.
지난해 지역별로 최고가를 경신한 아파트의 평균 상승액은 서울 강남구(6억4196만원), 서초구(4억7258만원), 용산구(4억5564만원), 성동구(3억6413만원), 경기 과천(3억6260만원) 등 순으로 높았다. 리얼하우스는 “서울 강남권과 정비사업 추진이 많은 지역의 가격 상승이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분석했다.
최고가가 가장 많이 오른 단지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이었다. 한남더힐 전용면적 243.2㎡는 2024년까지 종전 최고가가 8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175억원에 거래되며 95억원이 뛰었다. 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2차’ 전용 198.41㎡는 지난해 117억8000만원에 팔려 종전 최고가 대비 54억8000만원 올랐고, 같은 지역 ‘현대1차’ 전용 161.19㎡는 종전 37억8000만원에서 85억원으로 47억2000만원 상승했다.
고강도 규제를 담은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전반적인 아파트 거래는 둔화했지만 고가 아파트 거래는 오히려 늘어났다. 서울 지역 월별 거래 중 이전 최고가를 경신한 거래 비율을 보면 지난해 1월은 6%에 불과했지만 7월엔 12%를 돌파했고, 10월에는 18.9%까지 높아졌다. 11월에는 26.6%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12월에도 21.6%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분석팀장은 “지난해 서울 강남권에 아파트가 있으면 보유만으로 평균 4억~6억원, 도심권은 2억~4억원의 자본이득을 봤다”며 “서울 강남, 도심 포모(FOMO·소외 공포) 수요가 더 많아지기 전에 보유세 현실화 등으로 ‘가격이 오른 만큼 비용도 높아진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질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관악·성북·노원…서울 외곽도 꿈틀
새해 들어선 서울 외곽 지역이 아파트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강남권과 마용성보다 비교적 매매가가 낮은 관악구, 성북구, 노원구 등에서 키 맞추기 현상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 규제 등 제약이 커진 상황에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비교적 중저가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부동산원의 1월 넷째 주(26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31%로 나타났다. 10·15 대책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전주(0.29%)보다도 상승세가 한층 가팔라진 것이다.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관악구(0.55%)였다. 관악구는 1월 첫째 주 0.19%, 둘째 주 0.30%, 셋째 주 0.44%로 올해 들어 상승폭이 꾸준히 커지는 추세다. 성북구(0.42%)와 노원구(0.41%)도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최대 6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 15억 미만 아파트의 강세가 이어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마포구(0.41%), 성동구(0.40%), 강동구(0.39%) 등 ‘한강벨트’ 지역의 상승률 역시 여전히 높았지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는 전주 대비 상승폭이 줄었다. 특히 강남구(0.07%)의 상승률은 서울에서 가장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