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추진 ‘재판 3법’, 밀어붙일 사안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이언주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6.02.04 허정호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법왜곡죄 등 ‘사법개혁’ 법안 처리를 고수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그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재판 제도의 기본 틀을 바꾸는 3대 개혁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겠다”고 공식화했다. 여야는 어제 2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9일과 12일 여는 것으로 정리하고, 합의문에 ‘여야 합의된 법안을 처리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일방 처리 기조가 완화된 점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전히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중대 법안을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야당과의 합의가 불발되면 형법 개정안(법왜곡죄 도입)과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 도입)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안들은 하나하나가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중대 법안인데 여전히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법왜곡죄는 판사와 검사의 재판·수사 과정의 판단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크다. 처벌 기준이 모호하고, 사법부와 수사기관을 위축시킬 것이 뻔하다. 오죽하면 헌법 전문가인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문명국의 수치이고, 해서는 안 되는 법”이라고 지적했겠나. 대법관 증원은 늘어나는 대법관 전부가 이재명정부 임기 내에 임명돼 ‘자기 사람 채우기’로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권에 우호적인 대법관 숫자를 늘려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피하기 어렵다. 재판소원도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판결을 다시 심리하는 사실상의 ‘4심제’라는 우려가 크다. 하나같이 정권이 사법부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사법 제도를 손대면 국민의 권리 구제 절차와 사건 처리 시스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진영 논리에 따라 사법 구조를 바꾸면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해치게 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았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조차 “휴먼 에러가 있다면 휴먼을 고쳐야지 왜 시스템에 손을 대느냐”고 여당의 사법개혁안에 비판적 입장을 피력했다. 지금 여권은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상태다. 이제 사법부마저 손아귀에 넣겠다는 것인가. 사법체계 변경은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것이 순리다.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일방적이고 위헌적인 사법개혁은 국민 저항을 초래할 뿐이다. 이제라도 재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