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재 행정처장 “李대통령 선거법 파기환송, 헌법·법률 따른 것”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임명 후 첫 법사위 출석
與 추진 재판소원에 “소송지옥 가능성”

박영재 신임 법원행정처장이 4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지난해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절차에 맞게 이뤄진 판결”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 상고심의 주심 대법관이었던 박 처장이 판결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박 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신임 처장으로 부임해 (법사위에) 왔다면 당시 상황에 대해 먼저 소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하자 이같이 답변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박 처장은 “지난해 5월1일 전합 판결 주심 판사로서 법원행정처장으로 보임된 것에 대해 여러 의견을 말씀하신 것 같다”고 말문을 연 뒤 “헌법, 법률에 따라 절차에 맞는 판결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과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의 기소로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1·2심의 여러 재판들도 마찬가지로 헌법과 법률, 정당한 절차에 따른 재판과 판결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재판 진행과 결과에 대해 국민의 의혹이 없도록 최선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법왜곡죄에 대해 전임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큰 우려를 표시했다. 고소·고발로 이어지며 사법 독립 침해 소지가 크고, 고의적 법리 왜곡 등 요건이 너무나 주관적이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했다”고 하자 박 처장은 “저도 같은 입장”이라고 답변했다.

 

신 의원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안에 대해서도 천 전 처장은 ‘사법부 독립의 본질이 재판뿐 아니라 인사권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행정에 있어서 삼권분립의 역사를 되돌리는 것으로 매우 큰 문제가 있다’고 했다”고 질의했다.

 

이에 박 처장은 “사법권 독립이나 사법행정 독립도 (사법부의 독립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며 동의의 뜻을 밝혔다.

 

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재판소원’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박 처장은 “4심제로 가는 길이며 국민들을 소송 지옥에 빠트릴 수 있고, 헌법상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역할이 분장돼 있기 때문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도입은 헌법 개정 사항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법관 증원안에 대해서도 “필연적으로 하급심에 있는 우수 판사들이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와야 하는데, 이 하급심 판사들의 공백을 보충할 만한 방법이 없어 하급심 약화가 크게 우려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박 처장은 지난해 5월1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에서 주심 대법관을 담당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박 처장이 속한 소부에 배당한 뒤 대법관 12명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회부 9일 만에 항소심의 무죄를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공직선거법의 이른바 ‘6·3·3’ 원칙에 따라 법원은 선거법 1심은 6개월, 2심과 상고심 사건은 각각 3개월 만에 판결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이 대선 후보의 사건에 대법원이 전례 없는 빠른 속도로 결론을 낸 것을 두고 ‘사법부의 선거 개입’이라는 의혹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2024년 8월 대법관 자리에 오른 박 처장은 지난달 16일 천대엽 대법관의 후임으로 사법행정을 이끄는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됐다. 법원행정처장은 임기 동안 대법원 재판 사무는 담당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