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 국회의 ‘입법 미이행’을 이유로 관세 인상을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4일 한·미 관세협상 이행 입법인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에 전격 합의했다. 특위 활동기한은 한 달로 특위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다.
민주당 한병도,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회동을 갖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여야 합의문을 도출했다. 여야는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위 구성안을 9일 본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특위 위원은 총 16명으로 민주당 8명, 국민의힘 7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하되 정무위원회·재정경제기획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을 1명 이상씩 포함하기로 했다. 양측은 특위를 3월9일까지 운영하기로 했으며 입법권도 부여하기로 했다. 사실상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시한을 3월9일로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일정을 소화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고만 밝혔다. 미국이 한국 관세 인상 발표를 관보로 공식화하려는 움직임도 재확인했다. 여 본부장은 3일 워싱턴 일정을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가 귀국길에 나서기 전 기자들과 만나 릭 스위처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2시간 넘게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 본부장은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관보에 게재하기 위한 절차가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아직은 미국 정부 내에서도 협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 인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행정적으로 공식화하고 구체적인 시행 일정을 정하는 관보 게재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시기가 결정된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여 본부장은 “한국이 약속대로 (대미 투자를) 이행할 의지가 있고, 지금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부분을 충실히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미국 측은 우리의 시스템이 (자신들과) 다른 부분을 이해 못 한 부분이 있는데 앞으로도 아웃리치(대미 접촉)를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화 상대방인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는 만나지 못했다. 전날 만나기로 했으나 미국의 대(對)인도 관세 인하 발표로 일정이 어긋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 본부장을 연이어 미국으로 보내 설명에 나섰다.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난 뒤 앞서 귀국했다. 김 장관은 “불필요한 오해는 해소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미국이 관보 게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 측이 미국 모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쿠팡의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책임 추궁을 문제 삼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미 의회에서 상하원 의원, 보좌진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여러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쿠팡은 통상 이슈와 분리해야 한다는 것을 전에도 여러 번 밝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