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리, 서방에서 트럼프 맞설 ‘대항마’로 부상할까

NYT에 ‘트럼프 反이민 정책 성토’ 기고문 실어
나토 회원국이면서 ‘GDP 대비 5%’ 국방비 거부
트럼프, “혼 내주겠다” 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 독주가 계속되는 서방 세계에서 영국도, 독일도, 프랑스도 아닌 스페인 정상이 ‘트럼프 대항마’로 급부상할 수 있을까. 앞서 트럼프가 “손봐줘야 할 대상” 1순위로 지목한 페드로 산체스(54) 스페인 총리가 주인공이다.

 

5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산체스는 이날 NYT 기고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을 대놓고 성토했다. ‘나는 스페인 총리다. 서방이 이민자를 필요로 하는 이유’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산체스는 “일부 지도자는 불법적이고 잔인한 작전을 통해 그들(이민자)을 사냥해 추방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여기서 ‘일부 지도자’는 명백히 트럼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무자비한 수색 과정에서 무고한 미국 시민 2명이 목숨을 잃은 점을 직격한 셈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2025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트럼프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산체스는 “우리(스페인 정부)는 이민 신분을 합법화하는 올바르고 단순한 방법을 선택했다”며 “지난 1월 스페인에 거주하는 50만명의 미등록 이민자가 임시 거주 허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인구 증가율이 하락하는 현실 속에서 서방 국가들은 쇠퇴를 피하기 위해 이민자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제와 공공 서비스 유지가 불가능할 만큼 급격하고 심각한 인구 감소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대표적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라는 구호를 비웃는 조롱도 잊지 않았다. 산체스는 “마가 지도자들은 이민자의 대대적 수용이 ‘자살 행위’라고 선동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말에 속지 말라”며 “(이민에 관대한) 스페인은 3년 연속으로 유럽 주요국들 가운데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기록하는 중”이라고 자랑했다.

 

산체스는 극우에 가까운 트럼프와는 정반대로 좌파 성향 정당인 사회노동당 소속이다. 2018년 6월 총리가 된 뒤 8년 가까운 긴 기간 동안 집권하고 있다.

 

스페인은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두 번쨰 임기를 시작한 뒤 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무임승차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국방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며 엄포를 놓았다. 이에 지난 2025년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대표들은 트럼프 요구를 수용해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게티이미지

하지만 스페인은 트럼프의 말에 아랑곳없이 “우리나라 입장에서 국방비는 GDP 대비 2.1%가 합리적 수준”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트럼프는 “스페인의 행태는 나토에 매우 나쁜 일”이라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스페인 상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나토에서 아예 퇴출하는 방안 등을 카드로 제시했다. 이에 산체스는 “국방비와 관련해선 트럼프 행정부와 의견이 같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두 나라 관계는 여전히 우호적”이라고 응수했다. 트럼프가 제시한 보복 카드 가운데 아직까지 실행에 옮겨진 것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