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호의미술여행] 황금분할 비례

세상이 반반으로 나뉘어 극단으로 치우칠 때, 나는 황금분할 비례를 떠올린다. 자연스러운 조화와 안정감을 주는 비례라는 점에서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 에우클레이데스(영어 이름 유클리드)가 만든 이 비례는 2000여년이 지난 지금도 건축, 조각,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찬탄되고 사용된다.

에우클레이데스가 한 선분을 둘로 나눌 때와 사각형의 가로와 세로의 길이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이상적인 비례를 찾으려 했다. 그는 선분을 반반으로 나누거나 가로세로가 같은 정사각형은 꾸며낸 것 같다는 점에서 두 선분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긴 선분과 작은 선분의 비가 선분 전체와 긴 선분의 비와 같게 하고, 사각형의 긴 변과 작은 변의 비가 대각선과 긴 변의 비와 같게 하는 비례를 만들었다. 대략 0.618 : 0.382(1 : 0.618도 마찬가지)이다.

아게산드로스 ‘밀로의 비너스’(기원전 250∼150년경)

이 비례는 에우클레이데스가 머릿속에서만 계산해서 만든 것은 아니었다. 무수한 자연 사물들을 관찰하고, 보편적이고 이상적인 비례를 추론하고 수학으로 정리해서 만들었다. 이 비례가 그리스 시대 미의 규범으로 여겨지면서 정당성을 얻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밀로의 비너스’이다.



비너스상의 탁월한 사실적 묘사가 시선을 압도하고, 몸을 약간 비틀어 나타낸 곡선의 여체미가 압권이다. 균형과 조화의 수학적 비례를 적용해서 품위 있는 자태에 정신적 아름다움도 덧붙였다. 얼굴 길이 기준으로 인체가 8등분 되는 8등신이고, 인체의 중심인 배꼽에서 정수리까지 상체와 발끝까지 하체가 황금분할 비례(0.382 : 0.618)이다.

그 후, 이 비례는 다른 조각상에도, 신전 건축 전면의 가로와 세로에도 두루 적용되었다. 그리스 시대로만 그치지 않았다. 몬드리안 작품의 화면 분할에서도 황금분할 비례와 유사한 형태들을 볼 수 있고,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액자 구조에서도 나타난다.

반반이 아니고 차이가 있지만,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룬 상태가 바로 황금분할 비례이다. 자연에서도 그렇고 인간사에서도 그렇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