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 ‘완전 분리’ 무게 … 수사 범위 ‘6대 범죄’로 축소 [與 ‘검찰개혁안’ 가닥]

중수청·공소청법 정책의총 안팎

당내 강경파 요구 대부분 수용
검찰총장 명칭 ‘공소청장’으로
중수청장 자격 요건 완화시켜
15년 이상 경찰·檢수사관 가능

檢 “사건 ‘핑퐁 현상’ 심화” 우려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원리, 이치와도 같은 것입니다.”(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집권여당 민주당이 검찰개혁 각론을 놓고 지난한 논의 끝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수사관의 일원화 △공소청에 보완수사요구권 부여 △중수청 수사범위 6대 범죄로 한정이라는 원칙을 확립했다.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안이었던 중수청 직제 이원화 방침이 철회됐고 보완수사권도 아예 부여되지 않는 쪽으로 정리되면서, 여권 내 검찰개혁 강경파들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보완수사요구권은 반영됐다는 점에서 강경파들의 논리가 완전히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검찰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당분간 일선 실무기관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보완수사요구권에 ‘실질적 작동’을 부여한 것이 이후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변수다.

‘정치검찰 규탄’ 피켓 든 與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당 소속 의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정치 수사·기소’를 규탄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황명선·이언주 최고위원, 정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허정호 선임기자

◆與 강경파 ‘중수청 일원화’ 관철

 

민주당은 지난달 12일 정부의 중수청·공소청 설치법안 입법예고 뒤 두 차례 의원총회, 한 차례 대국민 공청회 등을 통해 당내외 의견을 수렴해 왔다. 이날 정책의총으로 논의과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약 한 시간가량 진행된 정책의총 후 여당 의원들이 결정한 검찰개혁안은 강경파 의견이 대부분 수렴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게 중수청 수사권을 일원화한 안이다. 정부는 입법예고안에서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으로 중수청 수사인력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었지만, 당내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사실상의 검찰 부활’이라는 반대논리가 터져나왔었다. 결국 정부는 수사인력 일원화로 안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뉴스1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사인력 구조가 이원화되면 소위 ‘검사’ 출신 법조인과 그렇지 않은 수사관으로 이원화되는데 일원화된 것은 그런 자격조건이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서 중수청 설치 후 경찰과 수사권 충돌 사례를 조정할 별도 협의기구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가칭 수사조정협의회, 수사경합조정협의회와 같은 기구를 둘 계획”이라며 “이견이 발생하는 경우 조정협의회를 통해서 (조정한다)”고 했다.

 

중수청장 자격 요건도 완화했다. 기존 정부안에서는 사실상 수사사법관만 중수청장을 맡을 수 있었지만, 민주당은 15년 이상의 수사 또는 법조 경력이 있으면 임명될 수 있도록 했다.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15년 이상 수사 실무 경력이 있는 경찰이나 검찰수사관도 중수청장에 임명될 수 있게 됐다.

 

◆보완수사권도 ‘폐지’로 가닥

 

막판까지 가장 큰 쟁점이었던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문제 역시 ‘요구권’으로 수위가 낮아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완수사권에 대해 “안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언급하는 등 예외적 보완수사권 필요성에 동의하는 의견이 있었으나, 결론은 수사기관과 기소기관 간 ‘완전한 분리’였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뉴스1

검찰개혁을 놓고 여권 내 강경파는 강공책을 고수해 왔다. 범여권 내 영향력을 발휘하는 유시민 작가는 방송인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한 자리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모든 검사가 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발언을 놓고 “조국사태 때부터 시작해서 서초동에서 집회를 했던 그 모든 시민들을 모욕하는 발언이다. 거의 망언이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그러면서 “그런 인식으로 검찰개혁 문제를 계속 다루게 되면 이 대통령이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만약에 어려움이 있다면 시행 과정에서 다시 보완하는 방안을 택하더라도 일단은 보완수사권이 아닌 보완수사요구권으로 당의 입장을 정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 많은 분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강경파들은 보완수사요구권도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여당은 보완수사요구권을 두되 수사 피해를 입지 않도록 다른 수사기관에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하도록 개정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10월 2일 중수청·공소청 출범에 맞춰 우선 시급한 두 기관의 설치법 관련 쟁점부터 정리한 뒤 보완수사요구권 발동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기준은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추가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결정에 우려를 표한다. 특히 검찰청의 후신이 될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이 아닌 보완수사요구권만 주기로 한 것을 두고 한 검찰 간부는 “보완수사요구권조차 주지 않는 것보단 낫지만, 해외 사례를 보거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문제로 지적된 ‘사건 핑퐁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며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처리까지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려 사건이 뭉개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 차장급 검사는 “수사·기소를 분리한다고 기관을 쪼개는 상황에서 인지수사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일반 형사사건을 보완수사해서 사건을 보다 완벽히 처리하겠다고 하는 건데 보완수사권은 안 되고, 보완수사요구권만 주겠다고 고집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