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전남 진도군수가 인구 소멸 대책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베트남 여성을 ‘수입’ 대상으로 표현한 발언이 여성단체와 지역사회의 반발을 넘어 외교적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발언 이후 진도군청 자유게시판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6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주한 베트남 대사관은 이날 전남도지사실과 진도군수실 앞으로 공식 서한을 보내 김 군수의 발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대사관은 해당 발언이 베트남 여성의 존엄을 훼손하고, 양국 간 우호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책임 있는 조치와 재발 방지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의 발언은 지난 4일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타운홀미팅에서 나왔다. 김 군수는 인구 소멸 대응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스리랑카나 베트남 쪽 젊은 처녀를 수입해 농촌 총각 장가도 보내는 등 특별 대책을 내려야 한다. 사람이 없는데 산업만 살려서는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해당 발언은 생중계 방송을 통해 그대로 전파됐다.
김 군수의 발언은 산업 육성 중심의 행정통합만으로는 농어촌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되지만, 외국인을 ‘수입’ 대상으로 표현하고 특정 국가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군수는 지난 5일 진도 고군면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농촌 총각 결혼 지원을 통한 인구 소멸 대응 방안을 설명하던 중 “‘외국 처녀 유입’을 ‘수입’이라고 표현한 것은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진도군도 같은 날 김 군수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본래의 의도와 달리 오해와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용어였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며 “깊은 유감을 표하며 해당 표현을 즉시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단체와 지역민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번 발언을 계기로 공직자의 인권·성평등 감수성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남이주여성상담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김 군수의 발언을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규정했다. 이 단체는 “여성을 ‘수입 가능한 대상’으로 표현한 것은 명백한 여성혐오이자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며 “특정 국가의 이주여성을 지칭해 성적 대상화한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공직자의 성평등·인권 감수성 부재를 드러낸 중대한 사안”이라며 김 군수의 즉각적인 공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성평등·이주민 인권 의무 교육 실시, 이주여성을 결혼·인구 정책의 수단으로 삼는 차별적 정책 프레임의 폐기를 요구했다.
진도군청 자유게시판에도 항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진도 군수 사퇴하라. 수출해 버리기 전에’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는 “저출생 문제가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아 발생했다는 전제 아래 여성을 수입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문제”라며 “여성을 수입·수출 가능한 품목으로 보는 시각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또 “도덕적 해이나 성평등 감수성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며 “진도군수라는 직책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인지 묻고 싶다. 진도 여성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오는 10일 진도군청 앞에서 김 군수 발언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로 하고, 현재 세부 행사 내용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