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호처장 “비화폰 정보삭제는 보안조치”…첫 공판서 혐의 부인

계엄 이후 윤석열·홍장원 비화폰 정보삭제
조태용 전 국정원장처럼 “보안조치” 주장
조 전 원장 사건과 함께 4월 중 재판 끝날 전망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해 기소된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박 전 처장은 보안 사고에 따른 조치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이 지난해 1월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는 6일 박 전 차장의 증거인멸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진행했다. 박 전 차장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 정보를 ‘원격 로그아웃’을 통해 임의로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은 박 전 차장이 내란 관련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고의로 이런 행위를 벌였다며 기소 요지를 설명했다. 

 

박 전 차장 측은 “비화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국가 기밀”이라며, 홍 전 차장이 2024년 12월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화폰 정보 등이 노출됐다며 증거인멸 의도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홍 전 차장의 행동으로 보안 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에 보안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박 전 차장 변호인은 “홍 전 차장이 국회에 비화폰 통화 내역 화면을 제시하면서 언론에 윤 전 대통령 비화폰 아이디와 통화 내역이 노출됐다”며 “국정원 비화폰 담당자가 경호처 담당자에게 전화해 ‘보안조치가 필요할 것 같으니 확인해보라’고 했다”고 부연했다. 김 전 청장의 비화폰을 삭제한 것 역시 비화폰 반납에 따른 정보삭제로 통상적인 보안조치였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박 전 처장도 “탄핵소추 전 윤 전 대통령의 통신 보안에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고, 위해 요인을 제거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보고가 타당하다고 생각했다”며 직접 발언했다. 

 

재판은 4월 중 끝날 전망이다. 재판부는 “4월 초에 가급적 변론 종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조태용 전 국정원장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변론이 종결돼 4월 말에 선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조 전 원장의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은 같은 재판부가 심리 중이다. 비화폰 삭제에 관여한 조 전 원장 역시 이달 4일 재판에서 “보안상 조치로 증거인멸이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음 재판은 이달 25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