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상륙한 엡스타인 파문… 佛 정부 “마크롱과는 무관”

‘마크롱, 파리 엡스타인 자택 방문’ 의혹
프랑스 정부 “허위 기사 인용 가짜뉴스”
英 스타머 총리는 “물러나라” 압박 직면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감옥에서 사망)과 엮인 명사들의 부적절한 언행, 사진 등이 담긴 일명 ‘엡스타인 파일’ 공개 후폭풍이 대서양 건너 유럽까지 강타하고 있다. 이번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타깃으로 지목된 모양새인데, 프랑스 정부는 “러시아 측이 정보 공작으로 음모론을 퍼뜨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엘리제궁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크롱이 파리에 있는 엡스타인 자택에 자주 초청을 받았다’는 취지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글은 모 매체에 실린 기사를 근거로 삼았다. 그러자 해당 매체는 즉각 “우리는 그런 기사를 보도한 적 없다”며 “명의 도용을 통한 가짜뉴스”라고 설명했다.

 

조사에 나선 프랑스 정부는 가짜뉴스를 유포한 SNS 계정이 러시아 네트워크에 속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날 “존재하지 않는 허위 기사,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가짜 이미지, 그리고 러시아 네트워크를 통한 의혹의 증폭 시도가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엡스타인 파일에 마크롱 이름이 여러 차례 언급된 것은 사실이나, 마크롱과 엡스타인의 직접 접촉을 보여주는 정황은 없다. 마크롱은 엡스타인이 지인과 나누는 대화 속에 그냥 스치듯 잠깐 등장할 뿐이다. 이와 관련해 마크롱 측은 “엡스타인과 대면한 사실 자체가 없고, 이메일 또한 주고받지 않았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애초 엡스타인 파일이 공개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트럼프는 젊은 시절 엡스타인과 친하게 지냈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는 “오래전에 관계가 단절됐다”며 엡스타인의 성범죄는 자신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주장해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오른쪽)와 피터 맨덜슨 전 주미 영국 대사. 스타머가 임명한 맨덜슨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들통나 2025년 9월 대사직에서 전격 해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정작 뚜껑이 열리자 곤혹에 처한 것은 트럼프가 아니고 유럽 정상 그리고 왕실이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야당은 물론 여당인 노동당 의원들까지 나서 사임을 촉구하는 위기에 놓였다. 2024년 12월 그가 임명한 피터 맨덜슨 주미 영국 대사가 엡스타인과 각별한 사이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맨덜슨은 미국에 부임한 직후 대사직을 그만둬야 했는데, 영국 정치인들은 스타머의 판단력에 문제를 제기하며 “실패한 인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하는 중이다.

 

노르웨이 왕실의 메테마리트 왕세자비는 2011년부터 3년가량 엡스타인과 여러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은 정황이 공개됐다. 이메일 내용 중에는 불륜 등 성적 일탈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왕실을 겨냥한 노르웨이 국민의 분노가 치솟자 메테마리트는 결국 사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