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20번도 정상이라는데…왜 내 배만 하루 종일 빵빵할까” 50대女 속사정

에스트로겐 급감하며 장 운동 느려지고 가스 머무는 시간 길어지는 ‘호르몬의 장난’
단순 노화 아닌 신체 변화 신호…스트레스로 무심코 삼킨 공기가 복부 팽만 악화시켜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체중 감소 동반되면 대장암 가능성도…“단순 가스로 치부 말아야”

“아침에 일어나도 배가 그대로예요. 밤새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도요.”

 

갱년기 여성의 복부 팽만과 가스 증가는 단순 소화불량이 아니라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한 장 운동 저하와 관련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

6일 서울 강북의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진료실. 김모(52) 씨는 배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식사량은 오히려 줄었는데, 하루 종일 더부룩하고 가스가 찬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고 했다. “방귀가 하루 20번도 정상이라던데, 왜 저는 계속 빵빵하죠.”

 

의료진에 따르면 이런 호소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폐경을 앞두거나 막 지난 50대 전후 여성들이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먹는 양은 줄었는데 배는 더 불편하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폐경 이행기 또는 폐경 이후 여성의 약 60%가 다양한 신체 변화를 경험한다. 피로·불면·안면홍조가 대표적이지만, 진료실에서는 복부 팽만과 잦은 가스를 함께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갱년기 이후 갑자기 변비가 생기거나, 예전보다 가스가 오래 머무는 느낌을 받는다는 환자가 많다”며 “호르몬 변화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면서 장 운동이 둔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학술지 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실린 리뷰 논문 역시 성호르몬 변화가 장 운동성과 장 민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개인차가 커 모든 갱년기 여성이 동일한 증상을 겪는 것은 아니다.

 

◆“횟수보다 중요한 건 갑작스러운 변화”…스트레스가 공기를 삼키게 한다

 

방귀는 몇 번이 정상일까. 미국소화기학회인 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는 하루 10~18회 정도의 가스 배출을 정상 범주로 본다. 미국의 의료기관 Mayo Clinic도 비슷한 설명을 내놓는다. 장내 가스 생성량은 하루 수백에서 2000mL까지 이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의료진은 “절대적인 숫자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예전과 비교해 갑자기 횟수가 늘었거나, 배변 습관 변화·복통·체중 감소가 동반된다면 그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한 전문의는 “갱년기라고 해서 모든 증상을 호르몬 탓으로 돌리는 건 위험하다”며 “변화가 2주 이상 이어지면 기본적인 검사로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가스는 음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의료기관 Cleveland Clinic은 스트레스와 불안이 ‘공기연하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무의식적으로 공기를 많이 삼키는 습관이 복부 팽만, 트림, 방귀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갱년기는 신체 변화뿐 아니라 심리적 변화가 겹치는 시기다. 수면이 불규칙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기 쉽다. “먹는 건 줄었는데 배는 더 더부룩하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50대 이후라면 암 가능성도 배제 못해…생활습관 점검이 먼저

 

대부분은 기능성 위장장애나 일시적 장 운동 저하로 정리된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연령이 증가할수록 대장암 발생률은 높아진다. 특히 50대 이후에는 정기 검진의 중요성이 커진다.

 

50대 이후 지속되는 복부 팽만·잦은 가스 배출은 기능성 증상일 가능성이 크지만, 증상이 길어질 경우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

△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 △혈변 △밤에 통증으로 잠에서 깨는 경우 △복부 팽만이 2주 이상 지속과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검사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

 

의료진은 “단순 가스라고 단정 짓지 말고, 이전과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면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해결의 출발은 복잡하지 않다. 식사 속도를 늦추고, 한 번에 과식하지 않으며, 탄산음료나 특정 가스 유발 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 규칙적인 걷기 운동과 복부 스트레칭도 장 운동을 돕는다. 무엇보다 수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의는 이렇게 말했다. “약을 찾기 전에 생활을 먼저 봅니다. 갱년기 증상은 몸이 바뀌는 과정이니까요.”

 

배가 빵빵해지는 현상은 단순한 ‘공기’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50대 여성의 장은, 지금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