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세대의 주방은 실험실이나 다름없다. 이들에게 식품은 배를 채우는 완성품이 아니라, 내 취향대로 변주하고 재창조할 수 있는 일종의 ‘놀이 재료’다.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조합을 찾고, 이를 SNS에 공유해 화제를 모으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사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품을 직접 수정(Modify)해 즐기는 소비자, 즉 ‘모디슈머(Modisumer)’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기업들이 공들여 만든 레시피보다 소비자가 재미삼아 올린 ‘꿀조합’ 영상 하나가 매출을 좌우하는 풍경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
이런 흐름은 기업들의 행보마저 바꿔놓았다. 연구소 안에서 기획된 신제품 대신, 온라인에서 검증된 소비자 레시피를 그대로 제품화하는 ‘역수입’ 현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가 거대한 유통 트렌드로 진화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요거트 그릭은 SNS를 통해 화제된 ‘요거트 치즈케이크’의 핵심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SNS에서 시작돼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레시피는 ‘풀무원요거트 그릭’에 비스킷을 가득 채워 냉장 숙성시키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별도의 도구나 조리 과정 없이도 치즈케이크와 유사한 식감과 풍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모디슈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릭 요거트는 기존에도 그래놀라, 꿀, 과일 등과 함께 조합해서 즐기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최근에는 활용 범위가 더욱 확장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릭 요거트로 지중해식 차지키 소스를 만들거나 마요네즈 대신 사용하는 소비자부터 샐러드나 샌드위치에 곁들이는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농심은 라볶이에 너구리의 얼큰하고 시원한 해물맛을 결합한 용기면 신제품 '라뽁구리 큰사발면'을 출시했다. 너구리는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카구리'(카레+너구리) 등, 소비자가 기호에 맞게 다양한 조리법을 창조하는 모디슈머 레시피의 핵심 재료로 주목받는다.
라뽁구리 큰사발면의 소스는 고춧가루, 고추장, 간장을 활용한 정통 라볶이 소스 베이스에 너구리 특유의 해물 풍미를 더해 감칠맛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너구리 브랜드의 상징인 굵은 면발과 너구리 캐릭터 어묵에 새롭게 선보이는 다시마 모양 어묵, 미역 토핑을 함께 구성해 더욱 풍성한 식감을 완성했다.
오뚜기의 진짬뽕을 활용한 이색 레시피도 화제를 모았다. 편의점 어묵탕과 진짬뽕을 함께 끓여 먹는 '진짬뽕 어묵탕' 레시피가 온라인상에서 확산되며 진짬뽕 특유의 불맛 국물과 어묵의 담백함이 어우러진 조합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해당 레시피는 가수 규현의 유튜브 콘텐츠에도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오뚜기는 지난해 12월 진짬뽕을 전면 리뉴얼해 '진한 불맛'을 더욱 강조했으며, 액체스프의 해물 풍미를 한층 강화하고 매콤하고 칼칼한 맛의 밸런스를 개선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가 딸기 시즌을 맞아 '지금 가장 사랑받는 딸기 레시피, 러브 베리 머치(LOVE BERRY MUCH)' 콘셉트로, SNS에서 주목받는 레시피를 활용한 딸기 신메뉴를 선보인다.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두바이 디저트를 재해석한 '두바이 초코 스트로베리 브라우니'부터 딸기 한 알을 통으로 넣은 △스트로베리 모찌 △말차 스트로베리 초코 케이크 △피스타치오 스트로베리 푸딩 등 딸기와 트렌디한 디저트를 결합한 메뉴를 더해 지금 가장 사랑받는 딸기 레시피를 제안한다.
써브웨이의 타코 샐러드도 소비자의 재출시 요청에 다시 돌아왔다. 타코 샐러드는 최초 출시 당시 샐러드에 또띠야를 곁들여 즐기는 고객 레시피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며 주목받았고, 이를 정식 메뉴로 구현한 모디슈머 트렌드의 반영 사례였다. 지난해 한정 판매 후 소비자의 재출시 요청이 쏟아져 다시 선보이게 됐다. 풀드포크, 스파이시 슈림프 2종으로 사랑받은 타코 샐러드는 이번에 로티세리 치킨을 더해 재출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