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러플(4회전)의 신’ 일리야 말리닌(22)이 이틀 연속 ‘앞뒤로’ 날아올랐다. 50년 간 봉인된 ‘백플립’을 해금한 미국 피겨스케이팅 대표팀이 일본을 단 1점 차로 꺾고 2연패를 달성했다.
미국은 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끝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 결선에서 총점 69를 기록, 일본(총점 68)을 단 1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2022 베이징 때도 팀 이벤트 우승을 이뤘던 미국은 이로서 종목 2연패에 성공했다.
2014 소치 때 처음 도입된 팀 이벤트는 국가 대항 단체전 개념으로 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까지 4개 종목 순위로 포인트를 매기고 총점으로 메달을 수여한다. 미국은 남자 싱글에 앞선 종목들에서 총점 59점으로 일본과 공동 1위에 머물러 있었다. 승부처를 가져온 ‘에이스’는 말리닌이었다. 미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남자 싱글 말리닌은 프리스케이팅의 마지막 스텝시퀀스에서 50년 가까이 금기로 여겨졌던 ‘백플립’을 이틀 연속 재현했다.
빙상에서 점프해 공중제비를 도는 백플립은 1976 인스부르크 때 테리 쿠비츠카(미국)가 선보였지만 이듬해 국제빙상연맹(ISU)이 부상 위험을 이유로 사용을 금지하고 감점 대상으로 지정했다. 1998 나가노 때 수리야 보날리(프랑스)가 선보였지만, 이는 아프리카계 선수인 보날리가 감점을 감수하고 펼친 시위에 가까웠다. 그러다 2024년 ISU가 고난도 기술이 보편화된 것을 이유로 해금을 결정했다. 이에 말리닌이 8일 쇼프로그램에서 이를 올림픽 역사상 세 번째로 실현했고, 이날 다시 성공했다.
이날 말리닌은 총 200.03점으로 1위에 올랐고, 미국도 1점 차 짜릿한 우승을 맛봤다. 경기 후 “분위기, 에너지, 관중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떠올린 말리닌은 “경기 전 스스로에게 ‘이제 내 시간이야. 죽기 살기로 해야 해. 전력을 다해보자’고 다짐했다”며 “결국 모든 건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들어갔고, 그냥 흐름에 맡긴 채 하나하나 풀어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말리닌의 진짜 무기는 따로 있다. 자유자재로 쿼드러플에 성공하는 그는 별명도 ‘쿼드갓(4회전의 신)’이다. 지난해 12월 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에선 사상 최초로 7개 점프 과제를 모두 쿼드러플로 마치고 역대 최고점(238.24점)을 경신했다. 이날 팀 이벤트 프리스케이팅에서도 7개 점프 과제 중 5개를 쿼드러플 점프로 처리했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게 있다. 2022년 말리닌이 처음으로 성공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만 가능한 쿼드러플 악셀이다. 왼발로 도약, 공중에서 4바퀴 반을 돌아 오른발로 착지하는 고난도 기술인데, 아직 올림픽 무대에선 보여주지 않았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는 “시그니처 점프를 선보이지 않았지만, 말리닌의 연기는 미국이 2연패를 달성하기에 충분히 좋았다”며 “완벽하진 않아도 싱글 금메달 유력 후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그는 남은 두 번의 연기에서 올림픽 사상 최초로 쿼드러플 악셀을 성공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