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는 美 경제는 中 의존하던 시대 끝났다... 한국 다음 전략 준비하라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 이제는 한계 달해

세계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꼽히는 빅터 차 교수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긴밀하게 협조한다는 한국의 ‘안미경중’ 전략이 한계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무역과 시장 접근을 외교·안보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경제적 강압’이 이미 구조적 위협 단계에 진입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그는 “다른 중견 국가들과 집단 대응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소장이자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최종현학술원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최근 출간한 저서 '중국의 무역 무기화'를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특별강연에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소장 겸 조지타운대 석좌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최종현학술원 제공

차 교수는 ‘경제적 강압’을 보호무역이나 일반적인 통상 분쟁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이는 시장 접근이나 공정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국의 주권적 정치 선택을 바꾸기 위해 무역과 투자를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은 민주주의·인권·영토 문제에 대한 발언 자체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는다”며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회복력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각국이 추진하는 디리스킹(de-risking), 즉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대해서도 차 교수는 한계를 짚었다. 차 교수는 “한 공급망을 지키면 중국은 다른 공급망을 공격한다”며 “문제는 대응이 아니라 억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집단적 회복력’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나토(NATO)의 집단방위 논리를 경제 영역에 적용해, 중국이 한 국가를 압박할 경우 유사 입장국들이 공동으로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는 신뢰성 있는 약속을 사전에 형성하자는 구상이다.

 

이어진 최석영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와의 대담에서 빅터 차 교수는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에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공식이 회자됐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선택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한국 기업의 투자 흐름과 공급망 재편을 근거로 “장기적으로는 미국 중심 공급망을 선택하는 방향성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희토류 등 일부 핵심 품목에서는 여전히 중국 의존이 남아 있으며, 이것이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핵심 광물 공급망과 관련해서는 “중국은 핵심 광물을 외교·통상의 수단으로 ‘무기화’해온 전례가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공급망 확보 협력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G7을 중심으로 한국과 호주 등 중견국이 결합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은 이미 EU 차원의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공유하고 있고, 일본과 호주는 중국의 경제적 압박을 직접 경험하며 대응 의지를 보여왔다”며 “이들과 한국이 결합한 ‘G7+한국·호주’ 구성이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