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피해자들이 쿠팡의 미국 모회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해 쿠팡이 미국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미 하원 법사위는 쿠팡 엄호에 나섰다.
미 뉴욕 동부연방법원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미국 시민권자인 이모 씨와 박모 씨를 대표 원고로 하는 쿠팡 정보유출 피해자들은 이날 쿠팡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Inc)와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쿠팡Inc는 쿠팡 한국법인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다.
이씨 등은 이날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쿠팡Inc가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으며, 이는 묵시적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적절한 보안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부당이득을 올렸으며, 기만적 영업 행위를 금지한 뉴욕주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대리한 로펌 SJKP의 탈 허쉬버그 변호사는 이날 소장 제출 후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 대해 “쿠팡Inc는 미국 상법에 의해 설립됐고 미국 시민은 물론 한국인을 포함해 쿠팡을 사용하는 모든 이에게 의무를 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법정을 이용하는 것이 (쿠팡 측에)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에 관한 더 나은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SJKP의 한국 협력사인 법무법인 대륜의 김국일 경영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쿠팡사태의 본질은 3300만 명이 넘는 회원 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이고,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이 우선시 돼야 한다”며 “오늘 제기하는 집단소송은 피해 회원들이 가장 원하고, 또 가장 본질적인 소송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장에는 구체적인 소송 참가인 수가 적시되지는 않았다. 허쉬버그 변호사는 현재까지 7000명 이상의 정보유출 피해자가 집단소송 참가와 관련해 연락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한국 법원에서 제기된 소송과 앞서 미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제기된 주주 집단소송과 별개로 진행될 전망이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어 중대한 과실이 있는 기업에 대해선 배상 규모가 크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T모바일은 2021년 전·현 고객 및 잠재적 고객 766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돼 파문이 일었다. 소비자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T모바일은 합의금으로 3억5000만달러(약 5100억원)를 지출한 바 있다. 이와 별개로 사내 보안시스템 강화에 최소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법원에 약속했다.
전날 미국 하원 법사위는 한국 정부가 미국기업인 쿠팡을 차별한다며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에게 보낸 소환장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공화당 소속 짐 조던 미 하원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행정·규제개혁·반독점 소위원장은 로저스 대표에게 보낸 5페이지 분량의 소환장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와 불필요한 장벽 생성을 피하겠다는 내용으로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맺은 무역 합의에도 불구하고 표적 공격을 계속해왔다”면서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으로 삼고 미국인 임원을 기소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약속과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미 하원 법사위는 로저스 대표에게 오는 23일 출석해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표적화’를 증언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법사위는 소환장에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다른 정부 기관들은 미국 시민(로저스 대표)을 형사 처벌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공격 수위를 높여왔다”며 “본 위원회는 미국 기업·시민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입법을 마련하기 위해 공격 수위의 규모와 성격 등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로비에 의해 제기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단과 만나 최근 미 하원이 조사에 나선 쿠팡 이슈는 “특정 기업이 미국에서 로비 활동을 벌이며 빚어진 일로 봐야한다”며 “외교 문제와는 별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