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인사검증 실패 몸 낮췄지만… 친명 “대통령에 배신·반역” 격분 ['명·청 갈등' 재점화]

‘불통’ 정청래에 여권내 불만 폭발

최고위 등 논의 없이 졸속 진행
당내 의사결정 구조 문제 지적
“전 추천 이성윤 사퇴” 목소리도

鄭, 공식 사과 후 수습 나섰지만
“당대표가 책임져라” 부글부글
합당 제안이어 또… 靑, 불쾌감

더불어민주당이 2차 종합특검 후보자 추천 문제로 후폭풍을 앓고 있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준철 변호사가 이른바 ‘불법 대북송금 사건’ 관련 재판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변호를 맡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정청래 대표 측이 즉각 몸을 낮추고 공식 사과했지만, 정 대표를 향한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청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면서 비당권파의 공격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정 대표 취임 이후 3대 특검법 개정안, 검찰개혁, 재판중지법 추진 과정에서 당정 엇박자가 표출됐고, 1인1표제 당헌 개정과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을 거치며 당내 불통 이미지까지 굳혀졌다는 분석이다. 정 대표가 2차 종합특검 추천을 계기로 또 한 번의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인사하는 鄭대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7일 전북 전주대학교에서 열린 같은 당 이원택 의원(좌석 맨 오른쪽)의 출판기념회에서 연단에 올라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전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의 출판기념회에는 정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문정복·이성윤 최고위원, 한민수 당대표 비서실장 등 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전주=연합뉴스

◆與, 이번엔 ‘특검 추천’ 충돌

 

8일 민주당 내에선 정 대표를 향해 전 변호사 추천 경위 파악과 책임자 문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이들은 추천 과정에서 최고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가 배제됐다며 당의 의사결정 구조를 문제삼았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인물 하나 검증을 제대로 못해 우리의 대통령을 모욕하고, 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했고, 강득구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인 저도 몰랐는데 어떻게 당·정·청 원팀인가”라고 지적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문제 있는 특검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추천했다는 것에 분노한다”고 적었다.

 

전 변호사를 추천한 이성윤 최고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당권파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던 이건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며 민주당 당론에 대한 명백한 반역”이라며 “이 최고위원은 책임지고 최고위원에서 사퇴하라”고 직격했다. 이 최고위원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그는 “전 변호사 추천 관련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난 점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며 “전 변호사는 윤석열정권 들어 탄압받았던 소신 있고 유능한 검사”라고 강조했다. 전 변호사 또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회장 등의 개인적 횡령·배임사건을 맡다가 중단했을 뿐이며, 대북송금 사건 변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최고위원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대표도 당 수석대변인을 통해 ‘인사 검증 실패’를 인정하며 공식 사과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세한 검증에 안일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자세를 낮추고 사태 수습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저엔 鄭 향한 누적된 불신

 

이번 갈등 또한 정 대표 리더십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게 당내 지배적인 시각이다. 정 대표가 취임 초부터 당정 엇박자 논란이 일더니, 1인1표제와 합당 추진 과정에서 의원들과의 소통에도 마찰을 빚어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한 재선 의원은 “정 대표에 대한 불만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정 대표가 무엇을 해도 의원들이 의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내홍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 대표의 수습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터져나오고 있다. 원내 지도부나 실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꼬리 자르기’가 반복된다는 비판이다. 정 대표가 지난 6일 합당 관련 내부 문건이 유출되자 “보고받지 못한 내용”이라고 선을 그은 데 이어, 특검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이날 박 수석대변인이 “기본적으로 (특검 후보자) 추천은 원내 사항”이라고 하면서다.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검 추천도, 합당 문건도 정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건 다 ‘몰랐다’고 하는데, 알았든 몰랐든 마지막 책임은 당 대표에게 있다”며 “최고위도 패싱했으니 당 대표가 다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당 대표가 비겁하게 책임을 회피한다”며 “상식 선에서 수습하면 되는데 몰랐다면서 책임을 회피하니 지도부 전체에 대한 신뢰 위기까지 간다”고 쓴소리했다.

◆청와대 속내는 ‘불편’

 

청와대 내부에서도 정 대표 측을 향한 불만의 기류가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외적으로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냈지만, 합당 제안 논란 이후 불과 보름여 만에 민주당 지도부가 또다시 특검 후보자 추천 문제를 일으킨 것을 두고 불쾌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달 정 대표가 청와대와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합당 제안을 발표했을 때도 청와대 내부에서는 불만 기류가 팽배했다. 당시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합당 제안 발표 전 사전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합당 논의가 이 대통령에게까지 공유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지며 당·청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정 대표가 의원총회 등에서 “합당 제안은 당·청 간 얘기가 된 사안”이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도 청와대 내부에서는 ‘왜 대통령을 국회 논의에 끌어들이나’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멀어진 시선, 마음의 거리인가 제6차 고위당정협의회가 열린 8일 김민석 국무총리(왼쪽)가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악수하며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차 종합특검 후보 중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개혁안과 합당 문제 등에 이어 당·청 간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이 지난 5일 의원총회를 열어 검찰개혁안과 관련해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고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청와대 물밑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감지된 바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보완 수사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음에도 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은 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당시 민주당의 의총 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것 역시 이런 점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