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개회식은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지닌 문화적 자산의 깊이와 폭을 인상적으로 드러낸 무대였다. 미술과 음악, 패션과 건축, 고전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멋진 작품이었다. 조각과 무용으로 표현된 고전 미학, 오페라 전통과 대중음악이 공존한 음악 구성, 그리고 색채와 디자인을 앞세운 무대 연출은 ‘이탈리아다움’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각인시켰다.
특히 이번 개회식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는 지점은 ‘도시와 산’이라는 서로 다른 두 공간을 하나의 서사로 묶어낸 시도다. 밀라노의 대도시적 에너지, 코르티나담페초를 비롯한 알프스 산악 지역의 자연성과 전통을 병렬이 아닌 조화의 대상으로 제시했다. 분산형 개회식이라는 형식은 이 같은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공연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머라이어 캐리의 무대는 감동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립싱크 논란을 동시에 낳았다. 여기에 튀니지계 이탈리아 래퍼가 아랍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만 공연한 점 역시 일부에서는 문화적 정체성의 표현을 제한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이는 이탈리아 전통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언어와 국적의 경계를 넘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과 대비됐다.
이런 논란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반응은 원론적이었다. 야유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선수는 정치적 상황과 분리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립싱크 등 공연 논란에 대한 설명 역시 생방송 사고에 대비해 녹음본도 준비한다는 얼버무린 듯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개회식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개회식은 완벽하게 통제된 쇼가 아니라, 그 시대의 공기와 갈등,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비추는 거울이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는 문화의 자부심이 드러나고, 관중석에서는 정치적 감정이 분출되며, 무대 위에서는 인간의 예술적 능력과 기술적 도움이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개회식은 그래서 성공적이면서도 논쟁적이었다. 조화를 말했지만, 그 조화가 얼마나 어렵고 복합적인 과제인지를 동시에 드러냈다. 결국 개회식은 세계의 축소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처럼, 아름다움과 갈등, 진짜와 진짜 같은 가짜가 늘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 그리고 올림픽 개회식은 그 사실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무대 중 하나임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