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특출한 역할 높아지는 5년”… 北 9차 당대회 관전포인트 세 가지 [북*마크]

北 김정은, ‘새로운 국방력 강화 5개년 구상’ 발표 예고
전문가 “핵·미사일 고도화, 재래식 무기 강화 병행 의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9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새로운 국방력 강화 5개년 구상 발표를 예고했다. 당대회 개최일을 2월 하순으로 결정한 다음 날인 8일, 건군절 기념 연설을 통해서다. 핵·미사일 고도화와 재래식 전력 현대화를 병행하는 군사 전략과 함께 ‘적대적 두 국가’ 명문화 등 대남 단절 조치 강화, 차기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방향이 당대회에서 제시될 전망이다.

지난 2025년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평양=조선중앙TV·뉴시스

조선중앙통신은 9일 김 위원장이 전날 인민군 창건(건군절) 78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축하 방문한 자리에서 연설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제9차 당 대회가 가리킬 앞으로의 5년도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우리 군대의 특출한 역할이 보다 높아지는 5년으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는 우리 군대만이 이루어낼수 있는 역대초유의 극적인 사변들과 혁혁한 공훈들이 특별히 많았던 한 해”였다며 “올해는 우리 군대의 투쟁전선이 더 넓어지고 더 과감히 분투해야 하는 거창한 변혁의 해”라고 규정했다.

 

국방력 강화 계획 발표는 예고된 수순에 가깝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9월 핵무기와 이른바 ‘상용무기’로 지칭한 재래식 전력을 병행 강화하는 노선을 공식화한 바 있다. 당시 ‘핵·상용무력 병진’을 새로운 전략 노선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당대회에서는 이를 구체화한 국방분야 계획이 제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투쟁전선 확대는 전쟁 명분 확보뿐 아니라 핵·미사일 무기 고도화와 재래식 무기 현대화 등 물리적 국방력 강화를 병행하겠단 의미”라며 “북러 신조약 체결을 계기로 북한 군이 외부 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졌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창건 78주년(건군절)을 맞아 지난 8일 국방성을 축하 방문해 명예위병대를 사열하고 기념 연설을 했다. 평양=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올해까지 3년 연속 건군절에 국방성을 찾아 연설했다. 지난해 건군절 연설에서는 세계 각지 분쟁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며 ‘핵 무력 강화’ 방침을 재천명했지만 올해는 대미 또는 대남 비난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미·중 정상회담이 4월로 예정되는 등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 당대회가 임박한 만큼 대외 메시지를 신중하게 관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남 적대 기조를 유지해야 군비 증강의 명분을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 규약에서 ‘통일’과 ‘남조선’ 관련 문구를 변경하거나 ‘적대적 두 국가’ 개념 명문화 가능성은 우리 정부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이다. 제8차 당 대회에서 개정된 당 규약 서문에는 “조국의 통일발전”, “민족대단결의 기치”, “조국의 평화통일”, “민족의 공동번영” 등의 표현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2023년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이후 대남 기구를 폐지했고, 2024년에는 “이 같은 입장을 국법(헌법)으로 고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북한 매체에서 “당대회 승인에 제기할 당규약 개정안 작성” 문제가 언급되면서 당 규약 개정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 규약에서 ‘통일’과 ‘민족’ 관련 문구가 삭제되거나 ‘적대적 두 국가’가 명문화될 경우 남북 대화의 공간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조선인민군 대연합부대들의 포사격 훈련이 실시되는 모습.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경제 분야에서도 군사 분야와 마찬가지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성과를 평가하고 차기 계획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KDI 북한경제리뷰에 따르면 북한은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기간(2021~2025년) 동안 누적 기준 약 10% 수준의 경제 개선을 이뤄냈다. 경제 상황이 이전보다 호전됐다는 인식이 가능해진 배경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8차 대회가 경제의 하부 구조를 다지는 ‘기초 공사’ 시기였다면, 9차 대회에서는 이를 발판 삼아 ‘전면적 국가 부흥의 도약기’ 혹은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총진군’과 같은 한층 과감한 슬로건이 등장할 것”이라며 “구체적 정책 면에서는 지난 5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2024년부터 추진해 온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전면적 안착과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및 지능화가 차기 5개년 계획의 핵심 과업으로 부상할 수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