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합당’ 당원 여론조사 안 하기로… 6·3 지방선거 전 합당 포기 수순

더불어민주당이 합당 관련 당원 여론조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 정청래 대표가 제안한 ‘6·3 지방선거 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철회하는 수순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10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합당 추진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 ‘출구전략’으로 전 당원 여론조사를 제안했다. 그동안 간담회를 가지며 합당에 대한 의원들 의견을 들었듯, 여론조사를 통해 당원 의견도 듣고 싶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가 그동안 “당원들이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합당을 철회하기 전 당원 의견을 들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여론조사는 출구전략이 아니라 또 하나의 입구전략이 될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결국 정 대표가 물러서면서 지도부는 합당에 대한 의견을 묻는 전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비당권파 “여론조사, 합당 입구전략”

 

비당권파가 당원 여론조사 실시에 반대한 건, 여론조사가 합당을 강행하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초선 의원은 “여론조사를 하면 출구전략이 아니라 전면전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에서 합당 찬성 의견이 높게 나와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자는 찬성 의견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꽃이 지난 6∼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 중 64.9%가 합당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 대상이며,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이 1인1표제 시행 등 당원 주권을 강화하는 가운데, 당 공식 여론조사에서도 합당 찬성이 높을 경우 당원 의견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권파가 정 대표의 여론조사 철회 방침을 “양보”라고 표현한 것도 이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MBC라디오에서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합당 절차를 진행한다는 의미라고 반대·반발하는 최고위원들이 계셨다”며 “그런 의견들에 대해 당대표가 여론조사를 하기 전에 의원총회를 듣고 이후 절차를 결정하자고, 쉽게 얘기하면 한발 양보하셨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총서 ‘지방선거 이후’로 결론날 듯

 

정 대표가 합당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만큼, 10일 민주당 의원총회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지방선거 이후 합당 논의를 재개하자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방선거 전 합당은 물거품이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초선, 재선, 다선 의원들 다수의 반대와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싫다는 결혼에 강제로 당사자를 끌고 갈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정 대표가 ‘지방선거 전에 강행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할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이제 매우 작아졌다”며 “정 대표가 애초 일을 잘못 풀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당에 찬성하는 의원마저 지방선거 이전 합당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합당은 결국 가야 하는 길이지만, 이번처럼 지도부와 논의하지 않고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 또한 SBS라디오에서 합당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도 “과정과 절차를 완전히 무시하고 정청래 대표께서 합당 선언을 했기 때문에 당내 반발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 진통을 끌고 가면 선거를 앞두고, 또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이 아니다”라며 “의원총회에서 (이 사안을) 매듭짓자”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은 합당 관련 민주당의 결론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박병언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13일 이전까지 합당 제안과 관련된 논의가 어떻게 진전돼 갈지에 대해 지금의 혼란스러운, 부정적인 상황이 좀 타개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