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헌선 확보 다카이치, 우경화 강화 땐 한·일 우호 훼손

수세 탈피 日정권 ‘강한 일본’ 추구
공생·공영 외면 시 악영향 불가피
‘미래지향 한·일 협력’ 약속 지켜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집권 자민당이 2·8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역사적 압승을 거두며 중의원에서 단독 개헌 발의선을 확보했다. 자민당은 중의원 465석 중 개헌 발의선이자 3분의 2선(310석)을 상회하는 316석을 차지했다. 강한 일본과 적극 재정, 정치 개혁을 앞세운 다카이치 총리가 정치적 대부인 아베 신조 전 총리도 경험하지 못한 정치적 승리를 거둔 것이다. 국정 파트너인 일본유신회도 의석을 늘려 연립여당의 정국 주도력이 대폭 강화됐다.

수세 국면에서 신중한 면모를 보였던 다카이치 정권의 외교안보 노선, 특히 한반도 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우려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쟁 포기, 전력(戰力) 불보유, 교전권 부인을 골자로 하는 평화 헌법 개정과 관련해 “자민당 당론”이라며 의욕을 나타냈다. 개헌 발의를 위해 중의원과 함께 3분의 2선 확보가 필요한 참의원(상원)은 여소야대다. 2028년 여름 의석(정원 248석)의 절반 정도를 교체하는 참의원 선거 결과가 개헌 드라이브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중국의 고압적 대외팽창 와중에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의 등장이 점쳐지는 착잡한 상황이다.



그동안 일본 우익 세력의 발호는 한·일 관계 악화로 이어졌다. 지금은 중·일 갈등이 계속돼 다카이치 정권이 한국을 경시하기 어려우나, 대외 조건이 호전되면 언제든지 양국 관계에 먹구름이 몰려올 수 있다. 무엇보다 북·중 위협을 빌미로 진행되는 군사력 강화는 여차하면 한국도 겨냥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일제 강점의 고통과 태평양전쟁의 전화(戰禍)를 경험한 우리가 일본의 심상치 않은 동향에 경계감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셔틀 외교의 토대 위에서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지속하기로 약속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한·일 우호와 동북아 평화·번영을 위해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오는 22일 ‘다케시마의 날’에 파견되는 중앙 정부 인사의 직급이 장관급으로 격상되거나 총리 본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이뤄지면 한·일 관계엔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이 불 수 있다. 다카이치 정권이 한·일의 공생·공영을 외면하고 우경 노선을 가속화한다면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강조했던 한·일 우호의 정신은 물론 양국의 국익도 훼손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아·태 지역의 두 동맹인 한·일의 불화는 미국 정부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