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 물가 ‘껑충’, 먹거리 담합 행위엔 철퇴를

세계일보 취재 결과 저소득층이나 노인가구 등 취약계층의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멥쌀과 배추, 마늘, 바다 어류(고등어 등)의 가격은 지난해 3.7∼11.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2.1%)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취약계층 먹거리 물가가 앙등하면서 이들의 생계가 더 힘들어졌다.

먹거리 폭등의 원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인상 등이 주로 지목되지만,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독과점 지위를 악용한 기업의 영업행태도 한몫했다. 오비맥주는 판매업체 등에 1100억원대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용역업체에 수수료를 과다 지급한 게 제품 가격 22.7% 인상의 원인으로 드러났다. 이런 꼼수로 폭리를 숨기려다 적발돼 약 1000억원의 추징금 철퇴를 맞았다.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제조업체는 특수관계법인에 이익을 몰아주려고 물류비 250억원을 과다 지급한 뒤 가격을 25.0%나 올렸다가 수백억 원의 추징금을 물었다. 이런 업체들이 줄줄이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6조원대 밀가루 가격 인상 담합 행위로 기소된 대한제분은 단가 조작으로 원가를 과다 신고해 1200억원의 탈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명예회장의 장례비와 사주가 소유한 고급 스포츠카의 수리비·유지관리비까지 대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장·고추장·발효 조미료 등을 제조하는 C사는 원가 하락에도 과점 지위를 이용해 주요 제품의 판매가를 10.8%나 올렸다. 낮은 관세 혜택을 받은 청과물 유통업체 D사는 8% 싸게 사놓고도 판매가는 오히려 4.6% 올렸다. 원자재 가격이 오를 때나 내릴 때나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고등어 한손은 1년 만에 5000원으로 뛰었다. 고등어 가격을 보고 빈손으로 돌아선 취약계층 입장에서는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담합은 시장질서를 훼손하고,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중대범죄다. 그동안 업체들이 담합 과징금을 ‘비즈니스 비용’ 정도로 보고 담합을 반복하는 관행이 굳어진 것은 아닌가. 담합으로 얻은 부당 이득이 과징금보다 크다면 기업들은 언제든 다시 담합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과징금을 더 높이고 엄정한 세무조사로 담합은 꿈도 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데 서민 먹거리만큼은 국가가 책임지고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