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임대 개편 부상… “공급 늘어 집값 안정” vs “전월세 불안 가중”

李, 제도 손질 시사에 엇갈린 반응

李 “등록임대 다주택 시장 나오면
수십만호의 공급효과 있다” 주장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도 지적
“일반 임대주택과 동일해야 공평”

“실패 짚고 정책 점검 신호” 호응
“세금 부담 등 임차인 전가” 우려

與 “부동산감독원법 조속히 처리”
정부 고위직들 다주택 잇단 처분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사실상 세제를 포함한 제도 개편을 시사했다. 이는 빠른 주택 공급 효과를 내기 위해 다주택자에 이어 임대사업자 매물까지 시장에 풀리도록 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아파트 등록임대 매물이 일몰을 앞둔 상황에서 집값 안정보다 전월세 시장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강남권과 한강변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풀리고 있는 지난 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이 대통령은 9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의무임대 기간과 일정한 양도세 중과 제외 기간이 지난 등록임대 다주택이 일반 다주택처럼 시장에 나오면 수십만호 공급 효과가 있다”면서 “일정 기간 처분 기회는 줘야겠지만 임대 기간 종료 후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각종 세제도 일반 임대주택과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겠느냐”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도 “건설 임대가 아닌 매입임대를 계속 허용해야 할지 의견을 묻는다”며 임대사업자 제도 개편 공론화에 나섰다. 민간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에 따르면 집주인이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집은 의무 임대 기간을 지켜야 하고, 이 기간에는 임대료를 연간 5% 이상 올릴 수 없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임대차 시장 안정 차원에서 세제 혜택을 주고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면서 매입임대가 크게 늘었다. 이후 집값이 급등하며 다주택자의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커지자 2020년 아파트에 대한 장기 매입임대를 제외하고 폐지했고, 윤석열정부에서 6년간의 비아파트 단기 매입임대가 일부 부활했다.

 

이 대통령에 따르면 서울에 남아 있는 등록임대주택은 약 30만호(아파트 5만호)로, 이들은 취득세·재산세·종부세를 감면받고 다주택 양도세 중과도 제외된다. 의무임대 기간이 지나면 재산세·종부세 감면 혜택은 사라지지만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 혜택은 계속 받게 된다.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은 “같은 다주택인데 한때 등록임대였다는 이유로 영구적으로 특혜를 줄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제도 손질 필요성에 공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문재인정부에서 매입임대가 규제 대상에 빠지며 정책 일관성이 훼손되고, 규제 효과가 약화됐다”며 “이 대통령 발언은 과거 정책 실패 지점을 정확히 짚었다. 단순한 제도 손질을 넘어 공공임대 정책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도 “전세 기반 민간 임대사업은 한두 채 수준에서나 가능한 구조”라며 “기존 제도는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전세를 끼고 수백채를 보유하는 임대사업자까지 사실상 허용하고 양산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세입자의 주거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숙제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등록임대주택이 말소되면서 시세보다 낮게 유지되던 전·월세 물건이 일반주택으로 전환되면 증액 제한 의무가 없어 단기간 임대료가 시세 수준으로 급등할 수 있다”며 “결국 세금과 정책 부담이 임대인에게 전가되고, 이는 다시 임차인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는 “장기 보유를 전제로 한 매입임대주택은 세입자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월세 주택”이라며 “매입임대가 줄어들면 세입자들은 일반 다주택자의 임대주택이나 반전세·월세 시장으로 밀려나게 되고, 전월세 변동성에 훨씬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매입임대가 이미 폐지된 상태에서 빌라 등 비아파트 물량이 출회된다고 해서 시장 안정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창원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은 이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인식과 발언에 호응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부동산감독원 설치법을 가장 빠른 시일 안에 통과시키겠다”며 “이재명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택 4채를 보유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3채를 처분하기로 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한 장관은 인사청문회 전후로 경기 양평 단독주택과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을 매물로 내놓은 데 이어 최근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도 팔기로 했다. 앞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일부 청와대 참모진도 주택 매각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