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투자는 ‘시간을 이기는 돈’으로 해야죠”

빚·급한 돈 등 이용한 투자엔 우려
예단보단 ‘장기적 우상향’ 믿어야
이번 급등장엔 “예상 밖 속도” 평가
“애널리스트, 예언자 아닌 관리자”
상장지수펀드 등 ‘패시브 투자’ 권장

 “투자는 ‘시간을 이길 수 있는 돈’으로 해야 합니다.”

 

매년 자신의 예측 실패를 복기하는 보고서를 펴내 ‘반성문 쓰는 센터장’으로 잘 알려진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일 세계일보와 만나 오천피(코스피 5000) 시대에 투자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주식 투자가 바닥에 사서 고점에 파는 ‘족집게 게임’이 아니므로 빚을 내거나 급한 돈으로 투자해서는 시장의 변동성을 견뎌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최근 시장에 대한 과열 우려와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섣불리 예단하는 것보다 시장의 장기적 우상향을 믿고 인내하는 ‘낙관적 회의주의’를 견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최상수 기자

김 센터장은 우선 최근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한 코스피를 두고 현재의 상승장이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이 호황일 때 소외됐던 한국 증시가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과 상법 개정 등 거버넌스 개선 기대감을 발판으로 흐름을 바꿨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예상보다 강했던 반도체 업황 회복과 전 세계적인 유동성 공급이 맞물리며 지수를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한국 증시에 대한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지 않았다고도 진단했다.

 

30년차 베테랑 애널리스트인 그조차 이번 급등장은 “예상 밖의 속도”라고 평가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펴낸 ‘나의 실수’ 보고서에서도 오천피 시대가 이렇게 빨리 도래할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김 센터장은 다만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미래를 맞히는 예언자가 아니라 확률을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미래 전망에는 늘 실수가 내재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자신의 실수를 진솔하게 돌아보는 것은 독자뿐만 아니라 애널리스트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가 2025년 펴낸 ‘나의 실수’ 보고서.

김 센터장은 특히 개별 종목 분석에 어려움을 겪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패시브 투자’를 권장한다. 패시브 투자는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이 특정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을 담아 시장 평균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을 말한다. 그는 “패시브 투자는 나의 앎의 한계를 인정하는 행위”라며 자신이 모든 개별 기업의 미래를 분석해 시장 수익률을 초과할 수 없음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가 2000년대 들어 2년 연속 하락한 적이 없을 정도로 시장은 우상향해 왔다”며 “생활인으로서 주식 시장의 과실을 나누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주식 시장의 활황이 실물 경제와 괴리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주식 보유를 통한 부의 공유 효과를 강조했다. 수출 대기업의 성장이 내수 경기로 직접 연결되는 낙수효과가 약해진 상황에서, 주식 투자는 개인이 우량 기업의 성과를 향유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거나 직접 창업할 확률은 극히 낮지만, 주주가 됨으로써 그 기업들과 부를 나눌 수는 있다”며 주식 시장이 수출과 내수, 기업과 가계 사이 양극화를 완화할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최상수 기자

김 센터장은 강세장에서 늘어나는 레버리지 투자 같은 무리한 베팅은 경계한다. 그는 “투자는 한두 번의 성공으로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평생 이어가는 과정”이라며 “시장이 만들어준 행운을 내 실력이라고 생각하고 계속하다 보면 투자의 결과는 결국 ‘곱하기 0’이 돼 자산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 당장 알 수 없는 미래를 맞히려 하기보다, 복리의 힘을 믿고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