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金야金 모읍니다”… 가정용 금고 불티

금값 뛰자 현물투자 덩달아 늘어
골드바 보관 목적 문의·구매 폭주
은행에 맡기면 비용 발생도 한몫
“판매 전년의 1.7배… 공장 풀가동”
“드디어 고민 끝에 금고를 샀습니다.”

 

지난 1일 한 재테크 카페 이용자는 이같이 밝히며 “나름 통 크게 샀는데 잘 살 건지 모르겠다”고 글을 남겼다. 그는 본인이 구매한 약 200만원짜리 금고 사진도 첨부했다. 이 글에는 “예쁘네요, 저는 45ℓ짜리인데 좀 좁아서 후회 중”, “저도 오늘 종일 금고 검색 중이네요” 등 이미 금고를 샀거나 구매를 고민 중이라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다른 이용자는 “이번에 ‘금테크’를 시작한 ‘금린이’(‘금 투자’와 ‘어린이’를 합친 신조어)인데 금을 계속 사 모으다 보니 이제 금고에 눈이 돌아간다”며 어떤 금고를 사는 게 좋은지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성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금·은값 급등세 영향으로 골드바·실버바 등 현물 투자가 유행하면서 덩달아 가정용 금고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금·은값은 최근 하루 20%가 넘는 폭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7일까지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각각 84.2%, 147.5% 올랐다. 은값은 1년여 만에 무려 2.5배로 뛴 것이다. 금·은값이 널뛰다 보니 금·은테크에 뛰어든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그간 일정 대여료를 내고 은행 대여금고에 골드바·실버바를 보관해온 투자자 중 일부도 가정용 금고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 대여료를 내는 것보다 금고를 구매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금괴와 은괴를 구매했다는 김모(72)씨는 9일 서울 시내 한 금고판매점에서 기자를 만나 “뉴스만 틀면 (금과 은 가격이) 신고가라니까 한 달 전쯤 구매했다”며 “현재는 은행 보관금고에 맡겨놨는데 보관료가 한 달에 10만원 정도라서 금고를 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정용 금고를 귀중품 보관 용도 외 실내 인테리어용으로 활용하는 것도 수요층을 넓힌 요소다. 보안에만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가미한 금고들이 인기라고 한다.

황모(64)씨는 “종친회 사무실에 둘 금고를 찾고 있다. 잘 보이는 곳에 둘 거라 안전뿐 아니라 디자인도 보고 있다”며 “둘러 보니까 금고에 명화가 그려져 있는 것도 있고 터치스크린에 굉장히 고급스러운 것들이 많아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지난해부터 금고업계는 호황기를 맞았다.

 

서울 시내 금고판매직영점에서 3년째 근무 중이라는 조모(38)씨는 지난해부터 가정용 금고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2년 전만 해도 거의 없던 내방객이 요새 하루 평균 20명가량 된다고 한다. 문의 전화도 100통가량 받는다. 조씨는 “보통 나이 든 손님들이 많이 온다”며 “주로 ‘현금 5만원권이 얼마나 들어가냐’, ‘무게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냐’ 등을 물어보는데 아무래도 금, 은 등을 상정하고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024년과 비교해 지난해 가정용 금고 판매량이 거의 1.7배 정도 되는 것 같다”며 “늘어난 주문 탓에 공장도 주말까지 풀가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귀금속상가에 놓인 실버바. 연합뉴스

중구의 한 금고판매직영점 앞에서 만난 운송기사도 “요새 주문량이 많아 쉴 틈 없이 배달해도 하루가 모자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운송기사의 차량 근처에는 어린이 키 높이의 박스 20여개가 늘어져 있었다. 모두 공장에서 갓 나온 가정용 금고로 당일 배송될 제품들이다. 운송기사들은 수시로 점포 앞에 트럭을 세우고는 가정용 금고를 짐칸에 싣고 급하게 사라졌다. 길가에 쌓여 있던 가정용 금고 박스 20여개가 모두 제 주인을 찾아 떠나는 데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