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석으로 쪼그라든 野신당… 日정계 ‘1강 다약’ 체제 재편

자민당 총선 ‘역사적 압승’

자민, 득표 대비 등록 후보자 부족
비례대표 14석 헌납하는 해프닝

급조 한계 野중도연합 168석 붕괴
공동대표 2인, 참패 책임지고 사의

젊은층 겨냥 신생 ‘팀 미라이’ 돌풍
극우 신당 참정당도 2→15석 ‘점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2·8 조기 총선에서 ‘역사적 대승’을 거두면서 일본 정치권은 ‘1강 다약’ 체제로 재편됐다. 자민당이 중의원(하원) 465석 중 316석을 쓸어담으면서 168석이던 제1야당 중도개혁연합은 49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른 기성 정당들은 현상 유지만 해도 선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신생 정당들이 약진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남녀노소 ‘다카이치 홀릭’ 지난 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 나라시의 한 상점에서 시민들이 다카이치 총리의 캐릭터를 이용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낮은 지지율을 개인적 인기로 극복해 개헌발의선을 자민당 단독으로 넘어서는 역사적 대승을 이끌었다. 나라=AP연합뉴스

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은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도 압승해 330석을 얻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비례대표 명부에 등록된 후보자가 부족해 14석을 다른 정당에 넘겨줘야 했다. 얼마나 크게 이겼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본은 중의원 선거 때 소선거구(지역구) 의원 289명과 11개 권역의 비례대표 176명을 뽑는다. 특히 중복 입후보가 허용돼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비례대표로 부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주고쿠 권역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가까운 아베 도시코 전 문부과학상이 비례 순번 20위로 밀리며 사실상 ‘공천 학살’이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상위 순번을 배정받은 중복 입후보자들이 지역구에서 대거 생환하면서 아베 전 문부과학상도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이 권역 비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자민당 후보 21명이 모두 당선됨에 따라 남은 1석은 일본유신회에 돌아갔다.



자민당이 이 같은 압승을 거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다카이치 총리의 60∼70%대 높은 지지율이 거론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총리가 ‘내가 총리로서 좋은지 국민께서 결정해 달라’고 선언하며 이번 선거를 자신의 신임 투표로 만들었다”며 “유권자들이 이를 강하게 각인하면서 ‘다카이치 인기’가 자민당 후보들에게 확산했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내각의 우경화를 견제하겠다며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제3야당 공명당이 손잡은 중도개혁연합은 급조 정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역사적 참패’의 오명을 썼다. 중의원 해산부터 투·개표까지 16일간의 ‘초단기 승부’로 전개돼 당명과 정책을 충분히 알리지 못한 점, 26년간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했던 공명당과의 합당으로 야당 정체성이 모호해진 점 등이 패인으로 꼽힌다.

비례대표에서 상위 순번을 배정받은 공명당 출신은 후보자 28명이 모두 당선됐으나, 입헌민주당에서는 당 핵심 간부와 중진들이 자민당 신인에게 밀려 고배를 드는 일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노다 요시히코, 사이토 데쓰오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체 불가능한 동지들과 촉망받는 중진·젊은 의원들이 다수 낙선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사의를 밝혔다.

1969년 첫 당선 후 50년 넘게 일본 정계에서 ‘정계 개편의 실력자’, ‘킹메이커’로 불렸던 오자와 이치로 중도개혁연합 전 의원도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 후보에 패하며 물러나게 됐다.

참담 노다 요시히코(왼쪽)와 사이토 데쓰오 일본 중도개혁연합 공동대표가 8일 총선 참패 결과가 나온 뒤 도쿄 도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면서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두 공동대표는 당명과 정책 홍보가 부족했음을 인정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도쿄=AP연합뉴스

반면 젊은 유권자를 겨냥해 기존 정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한 신생 정당들은 돌풍을 일으켰다. ‘인공지능(AI)과 기술 중심 혁신’이라는 단일 쟁점을 걸고 지난해 창당한 ‘팀 미라이(未來)’는 비례 의석 11석을 확보하며 총선 전 내세운 ‘5석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AI 엔지니어 출신 안노 다카히로(35) 당수가 이끄는 팀 미라이는 이번에 각 당이 내세운 ‘소비세 감세’가 금융시장에 부정적 여파를 주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정치권의 변화를 바라고 국가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유권자들의 표가 팀 미라이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라는 구호로 선풍을 일으켰던 극우 신생 참정당도 이번에 중의원 의석수를 2석에서 15석으로 늘렸다. 목표로 삼은 30석에는 못 미쳤지만 보수 유권자들이 이번에 자민당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보인 점을 고려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