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무소불위 시대’… 동북아 격랑

日 전후 최강 ‘1극체제’ 구축

자민당 단독 316석 확보 압승
다카이치 “개헌 투표 환경 조성”
방위비 증액 ‘3대 안보문서’ 개정
국가정보국 신설 드라이브 걸 듯

일본에서 ‘전후 최강’ 정권이 탄생했다. 8일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단독으로 개헌 발의선(총원 3분의 2 이상·310석)을 웃도는 의석을 차지하며 ‘역사적 승리’를 거뒀다. 여소야대 ‘약체 내각’ 수장으로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가 조기 총선 승부수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일거에 장악하며 ‘1극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그는 “국가의 이상을 언어화한 것이 헌법”이라며 개헌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9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체 465석 중 316석을 확보했다. 자민당 신인이 제1야당 입헌민주당 출신 중도개혁연합 중진을 꺾는 파란이 곳곳에서 일어나며 기존 의석수(198석)보다 128석이나 늘렸다.

손 붕대 투혼 ‘승리 여신’… 관저 들어서는 다카이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운데)가 중의원 선거 다음날인 9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 들어서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확보하는 역사적 압승을 거두면서 이날 일본 증시는 사상 최고치로 상승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이는 1955년 자민당 창당 후 전례 없는 대승이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내각 시절인 1986년 기록한 당 역사상 최다 의석 304석을 넘은 것은 물론 옛 민주당이 2009년 정권 교체에 성공했을 때 얻은 308석보다 많다. NHK방송은 “단일 정당이 중의원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것은 태평양전쟁 종전 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일본유신회 36석과 합치면 연립여당 의석수는 전체의 75.7%인 352석으로 늘어난다.

 

자민당은 과반선(233석)은 물론 17개 전체 상임위원회에서 수적 우위를 차지하는 ‘절대 안정 다수’ 의석(261석)도 크게 넘어섰다. 3분의 2 의석이면 참의원(상원)에서 부결된 법안도 재가결할 수 있다. 여전히 여소야대 구도인 참의원을 무력화할 수 있는 셈이다.

 

자민당은 개헌에 필요한 교두보도 단독으로 마련했다. 선거운동 기간 실질적 군대인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자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를 응시하면서 헌법 개정을 위한 도전을 계속하겠다”며 “가능한 한 빨리 개헌 국민투표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시 한번 끈질기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8일 총선에서 당선된 자민당 후보 이름 위에 장미를 달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을 위한 헌법 개정은 이를 숙원으로 여기던 아베 전 총리조차 안팎의 반발로 이루지 못했던 사안이다. 중·참 양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발의한 뒤 국민투표를 거쳐야 해 문턱도 높다. 당장은 참의원 내 개헌파를 모두 합쳐도 3분의 2에 못 미친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하며 “국론을 양분할 정도로 대담한 정책과 개혁에도 과감히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 유권자들이 절대적 신임을 보내준 만큼 방위비 조기 증액 등을 위한 3대 안보문서 개정, 국가정보국 설치 등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정치적 스승인 아베 신조 전 총리보다 더 급속히 ‘국론 양분’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며 “경제 정책의 실적을 기다릴 것도 없이 보수 정책을 병행 추진할 것”이라는 총리관저 고위관계자 말을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밖에 2026회계연도(4월∼내년 3월) 예산안 처리와 ‘책임 있는 적극재정’ 등 정책 추진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재정 확장론자인 다카이치 총리의 압승에 이날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3.89% 상승한 5만6363으로 장을 마감해 최고치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