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1억 찍혔는데 반 토막?”…‘이중폭탄’ 피하는 DC형 전환

지방세 포함 최고 49.5% 구간…“국가와 수익을 반반 나눈 꼴”
DC형 퇴직연금으로 ‘과세 이연’…세금, 건보료 부담 완화 전략
대기업 넘어 금융·중견기업까지 확산되는 성과급 운용의 변화

“연봉 1억 넘는다고 다 부자가 아니더라고요. 성과급 나온 날 명세서 보고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연봉과 성과급의 합이 커질수록 세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누진세 구조 탓에 절세 전략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미지투데이

판교의 IT 기업에 다니는 차장급 개발자 이모(38) 씨는 9일 두둑한 성과급을 받았지만 표정이 밝지 않았다. 통장에 찍힌 숫자가 예상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그는 “세금 떼고 건보료 정산되고 나니, 회사가 준 돈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진 느낌”이라며 “국가랑 반반 나눈 꼴”이라고 하소연했다.

 

성과급 시즌, 직장인들의 계산기가 분주하게 돌아간다. 많이 받는 만큼 많이 뜯기는 ‘세금의 역설’ 앞에서, 똑똑한 월급쟁이들은 이제 ‘받는 기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보너스가 아닌 세금 폭탄, 당신의 선택에 따라 숫자가 달라집니다.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연봉 높을수록 가혹한 ‘누진세의 계단’

 

대한민국 소득세는 소득이 높을수록 세율이 가파르게 뛰는 누진 구조다. 연봉과 성과급을 합친 과세표준이 8800만원을 넘으면 35%, 1억5000만원을 넘으면 38%의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가 별도로 붙는다. 사실상 최고 세율 구간에 진입하면 내가 번 돈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통계는 이들의 ‘박탈감’이 엄살이 아님을 보여준다.

 

국세청 신고 자료·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상위 10% 근로소득자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약 70% 이상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소득 구간으로 진입할수록 실효세율 상승 폭이 가팔라져, 성과급이 ‘보너스’가 아닌 ‘세금 폭탄’의 도화선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복병’이 하나 더 있다. 건강보험료다.

 

보수월액에 포함되지 않았던 성과급이 한꺼번에 잡히면, 다음해 4월 건보료 연말정산 때 수백만원의 ‘추가 폭탄’을 맞을 수 있다. 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고액 연봉자일수록 성과급 수령 시 한계세율 구간이 달라져 세금 체감도가 극도로 높아진다”며 “실수령액을 보면 허탈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현금 말고 ‘연금’으로”…회사는 비용 절감, 직원은 절세 ‘윈윈’

 

새롭게 등장한 대안은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으로 성과급을 받는 방식이다. 당장 현금으로 쓰지 않고 노후 자금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 방식의 핵심은 ‘과세 이연’이다. 성과급을 퇴직연금 계좌로 바로 넣으면, 당장은 근로소득세를 단 1원도 내지 않는다. 세금 낼 돈까지 포함한 금액(세전 금액) 전액을 투자 원금으로 굴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DC형 적립금과 가입자 비중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당장의 소득세를 유예하고 미래의 저율 과세를 노리는 ‘DC형 전환’ 방식이 대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에서는 성과급을 DC형 계좌로 전환해 수령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단순히 노후 준비를 넘어, 당장의 실효세율을 낮추려는 전략적 선택이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금은 먼 훗날 연금을 받을 때 낸다. 이때는 근로소득세(최대 49.5%)가 아닌 연금소득세(3.3~5.5%)나 퇴직소득세가 적용된다. 세율 자체가 확 낮아지는 것은 물론, 건보료 산정 소득에서도 제외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현금으로 주면 회사도 4대 보험료를 절반 부담해야 하지만, 퇴직연금으로 넣어주면 그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최근에는 삼성, SK, LG 등 주요 대기업을 넘어 금융권과 중견기업으로도 확산하는 추세다. 다만 회사 규약 변경이 필요해 모든 직장인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아니다.

 

지키는 것이 진짜 능력입니다. 세후 6천 대신 세전 1억을 굴리세요.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주의할 점은? “묶인 돈, 굴려야 산다”

 

물론 공짜 점심은 없다. 퇴직연금으로 받은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55세 이후에나 찾을 수 있다. 당장 결혼 자금이나 주택 마련 자금이 필요한 2030 세대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있다. 중도 인출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자금 계획을 면밀히 세워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운용’이다. 절세 혜택만 보고 연금 계좌에 넣어둔 뒤 방치하면, 물가 상승률도 못 따라가는 쥐꼬리 수익률에 갇힌다. TDF(타깃데이트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익률을 관리해야 절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성과급은 회사가 주는 ‘보너스’지만, 지키는 건 개인의 ‘능력’이다. 현금으로 받아 당장의 소비를 즐길 것인가, 아니면 세금을 아끼고 복리로 불려 미래의 파이프라인을 만들 것인가. 세금 계산서를 꼼꼼히 들여다보라. 거기서부터 진짜 부의 축적이 시작된다. 세후 6000만원만 손에 쥘지, 세전 1억원을 온전히 굴릴지는 오로지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