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를 통해 지난 1월 22일 일본 나라(奈良)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아베 전 총리 암살 진상규명 모임’의 기자회견을 시청했다. ‘야마가미 단독 범행설의 완전 붕괴’라는 제목은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었으나,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변호사회관이라는 공신력 있는 장소, 발표자로 나선 전·현직 변호사회 간부들과 저널리스트 야마구치 노리유키의 면면은 지극히 정통적이었다. 기이하게도 이 기자회견은 일본 주류 언론 어디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다.
이 영상이 충격적인 이유는 주장 자체보다 그들이 지적한 ‘의문의 성격’ 때문이다. 저널리스트 야마구치의 제안으로 결성된 이 모임은 의사, 전직 경찰 등 전문가 1,000여 명의 분석을 바탕으로 판결과 수사 과정을 검토해 왔다. 이들은 오히려 “야마가미 단독 범행설을 전제로 사건을 짜맞추는 것 자체가 음모론”이라고 직격했다. 국가수반을 대상으로 한 명백한 정치 테러임에도 검찰이 그 배후나 정치적 성격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생략한 채 ‘단독 범행’에 기반한 무기징역 구형으로 사건을 서둘러 매듭지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발표자들은 야마가미 단독 범행설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검찰, 재판부, 변호인단 모두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은폐한 채 유죄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특히 핵심은 의학적 소견과 물리적 사실의 충돌이다. 2022년 7월 8일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북쪽 출구 인근에서 저격 사건이 발생한 직후 나라현립의과대학 후쿠시마 교수는 치명상이 오른쪽 목 부위 총알이 들어간 지점인 사입구(射入口)에서 시작해 심장을 관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마가미 피고의 위치와 발사 방향은 이 설명과 물리적으로 결코 일치할 수 없다. 그럼에도 법정은 진상 규명의 열쇠를 쥔 후쿠시마 교수를 증인으로 채택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공소 기각 사유에 해당함에도 재판부는 이를 외면한 채 판결을 수 년씩 지연시키며 사건을 풍화시키려 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수사 과정의 허점은 더욱 구체적이다. 경찰청 보고서에는 사건 당시 아베 전 총리 주변(제브라 존)에 있던 8명의 민간인과 관계자들이 명시되어 있다. 이들은 총격 직후의 상태를 직접 목격한 핵심 증인들이다. 그러나 나라현 경찰은 이들 중 단 한 명도 조사하지 않고 수사에서 배제했다. 물증 검증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경찰은 탄환이 아베 전 총리의 가슴 배지를 파손했다고 발표했으나, 당시 연설용 마이크 녹음에는 금속 파손음이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실명을 밝힌 전문가들로 구성된 분과회는 이처럼 수사 결론과 물적 증거 사이의 간극이 메워지지 않았음을 입증할 모든 자료를 언론에 공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사건의 동기로 알려진 야마가미의 가정사 역시 사후에 구성된 ‘왜곡된 서사’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가계의 붕괴는 종교 헌금 이전인 부친의 사업 실패와 자살에서 이미 시작되었음에도, 언론은 시간적 순서를 뒤섞어 통일교 때문에 몰락한 것처럼 보도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가 한때 통일교에 해산 명령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압박과 행정적 설득, 심지어 증거 진술서의 부실·허위 작성 의혹까지 있었다는 주장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들의 주장이 전부 사실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기자회견이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니라, 형사 사법의 기본 절차와 민주주의의 투명성에 관한 정당한 문제 제기라는 점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특정 종교나 개인 문제를 넘어 일본의 사법과 언론 시스템의 신뢰에 관한 중대한 붕괴로 번진다. 누구나 가질 법한 의문을 검증하지 않은 채 ‘음모론’으로 낙인찍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음모일 수 있다는 발표자의 말은 뼈아프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일본 수사당국이나 주류 언론은 여전히 침묵하거나 구체적인 반박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일본 언론의 철저한 침묵이다. 반박도, 비판도 없이 전문가 1,000명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현상은 정상적인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베 전 총리 암살은 현대 일본사의 거대한 분기점이다. 그 진상은 정치적 피로도나 사회적 불편함에 상관없이 끝까지 투명하게 설명되어야 한다. 진실은 침묵 속에 박제되지 않는다. 사실이 아니라면 검증을 통해 바로잡고, 사실이라면 뼈아프게 수용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다. 외면은 어느 쪽에도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발표자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진상 규명을 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