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과에서 수면 마취 중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일부 치과의 과도한 ‘수면 치료’ 마케팅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치과 임플란트에서 사용하는 ‘의식하진정법’은 실제 외과의 수면 마취 방식과 다름에도 용어 오인으로 환자의 안전 불감증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 치과 의료진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해당 치과에서는 지난해 12월30일 임플란트 시술을 받던 70대 여성이 정맥으로 케타민과 미다졸람 등 마약류 마취제를 투약 받은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 여성은 ‘통증 없이 임플란트를 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전북 김제에서 서울로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딸과 함께 “한숨 자고 일어나면 임플란트 11개가 심어져 있을 것”이라는 의료진 설명을 들은 뒤 수술실로 향했으나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당시 이 환자는 마취제와 진정제를 투여한 지 20분 만에 심정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당시 의료진이 고령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확인 후 모니터링했는지, 마약류 마취제 투약 과정에 과실이 있었는지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대구에서도 유사한 사고로 환자가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2월 대구 달서구의 한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마취제를 주사 받은 70대 여성 환자가 심정지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치료 중 숨졌다. 당시 숨진 환자에게 투여된 약물은 마약류 진정제와 국소마취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경찰청은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해당 치과의사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치과의사의 과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진료 기록을 확보해 분석 중이며, 관련 분야 전문기관에 의료진 대처가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감정을 의뢰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환자에게 시술 위험성을 간과하게 하고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수면 임플란트’라는 표현 사용을 금하고 있으나, 일부 치과는 여전히 일정 금액 추가 시 수면 치료를 제공하는 옵션을 제공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치협은 환자 오인을 줄이기 위해 의식하진정법 사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의식하진정법은 환자를 실제 잠에 들게 하는 ‘수면(Sleep)’ 상태가 아닌,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자발적 호흡이 가능한 상태에서 진정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시술 중 일어난 일들을 환자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면에 빠진 것으로 착각하는 것일 뿐 실제 수면에 빠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치료 효과 오인의 가능성이 있다는 게 치협 설명이다.
또 임플란트 시술 시 내시경 시술과 동일한 진정제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임플란트 시술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필요해 환자들에게 신체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임플란트 시술 진행 과정 중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행동 등 내시경과는 다른 방식의 환자 협조가 필요하다. 작은 수술 기구나 혈액, 타액 등이 폐로 흡인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더 높다.
치협 측은 “의식하진정법은 환자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고도의 의료적 판단이 필요한 행위로, 매출 증대를 위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다”라며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생리 기능 저하로 인해 약물 반응에 더욱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자는 동안 통증 없이’ 등 자극적인 문구를 앞세워 무분별하게 시술을 권유하는 행위는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치협은 최근 사망 사고를 계기로 의식하진정법의 엄격 준수,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체계, 응급 대응 시스템 등 내부 가이드라인을 재점검할 방침이다. 또 관계 기관과 협력해 과장된 의료광고와 불법적인 환자 유인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예정이다.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의식하진정법은 안전하게 시행될 경우 환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그 전제는 항상 환자의 안전이어야 한다”며 “환자들 역시 ‘수면 임플란트’라는 표현 속에 숨겨진 위험성을 인지하고, 반드시 담당 치과의사와 충분히 상의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