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구직도 멈춘 청년들…전북 청년 1만5000명 '그냥 쉬었음'

아침에 눈을 떠도 출근할 곳은 없다. 이력서를 쓰다 멈춘 지 오래고, 구직 사이트에 접속하는 일도 점점 줄어든다. 전북에 사는 한 30대 청년은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했다. “일도 안 하고, 쉰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상태예요. 그냥 멈춰 있는 느낌이죠.”

 

전북도의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일하지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이른바 ‘그냥 쉬었음’ 상태의 청년 니트(NEET)가 적지 않은 규모로 존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숫자로 보면 보이지 않던 ‘청년의 공백’이 지역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드러난 셈이다.

 

10일 전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전북 지역 ‘쉬었음’ 청년은 1만528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청년 비경제활동인구(11만9398명)의 12.8%에 해당한다. 전국 평균(19.2%)보다는 낮지만, 정책적으로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청년이 1만5000명에 이른다는 의미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연령 분포다. 전국적으로는 20대 비중이 높은 것과 달리 전북은 20대 7664명(50.1%), 30대 7619명(49.9%)으로 규모가 거의 비슷하다. 취업 준비가 길어지는 20대뿐 아니라, 경력 단절이나 반복된 실패를 겪은 30대 청년까지 ‘쉬었음’ 상태로 유입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지역별로 보면 전주시가 7182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군산 1675명, 완주 1305명, 김제 1153명, 정읍 1084명, 익산 1032명  등 순이다. 다만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비중은 양상이 다르다. 진안 34.5%, 고창 32.8%, 순창 30.4% 등 군 지역이 전북 평균을 크게 웃돌아, 규모는 작지만 고위험군 비중이 높은 구조를 보였다. 도시권은 ‘규모 기반 서비스’, 군 지역은 ‘접근성 강화와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북 청년 비경제활동인구는 크게 취업 준비와 구직형(2만4158명), 돌봄·가사형(2만1806명), 쉬었음 등 비구직형(1만5283명)으로 나뉜다. 20대 후반에는 취업 준비와 구직형이 급증하고, 30대 중·후반으로 갈수록 돌봄과 가사형이 늘어나는 등 연령대별 흐름도 뚜렷하다. ‘쉬었음’은 이들 사이에서 이동하며 장기화될 위험이 큰 단계로 분석됐다.

전북 청년 니트(NEET) 유형별 맞춤형 정책 방향

연구진은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예방 중심 지원과 ‘쉬었음’ 3개월 이상 진입 시 조기 개입, 유형별 맞춤 지원, 경로 기반 일 경험(직무 탐색-현장 경험-체험), 고용·복지·정신건강 통합 지원 등 5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장기화의 신호로 볼 수 있는 서비스 미이용과 반복된 실패, 장기 비경제활동 상태를 조기에 포착하는 ‘조기경보 체계’ 구축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전북연구원은 단순히 취업 성과만 볼 것이 아니라, 취업·훈련 복귀 전환율과 고용 유지율(3·6개월), 서비스 참여 지속율, 고립·우울 등 회복 지표까지 함께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북연구원 이주연 책임연구위원은 “전북 청년 니트 문제는 단순한 고용 부진을 넘어 지역 소멸과 사회적 배제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이슈”라며 “조기 개입과 함께 고용·복지·정신건강을 아우르는 원스톱 연계를 전북형 표준 모델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