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프로 아니었어?… 제대로 ‘감다살’이네!

MZ 사이 핫해진 KBS1 ‘아침마당’

정보 전달·사람 이야기 벗어나
최근 개그맨 ‘부캐’ 총출동 화제
엄지인 아나운서도 아줌마 분장
유튜브 조회수 20만여회 폭발

자우림·하정우도 출연
선입견 깬 파격섭외 눈길
PD “어르신들도 공감대
셀럽의 팬층 확대 효과 커”

지난해 10월 방송 1만회를 넘어선 KBS 간판 장수 프로그램 KBS1 ‘아침마당’은 ‘어머님 전용’ 프로그램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평일 아침 8시25분이라는 방송 시간대에 맞게 시청 연령이 높은 데다 다루는 내용도 예능보다 정보 전달이나 사람 이야기에 한정됐던 탓이다. 1991년 첫 방송 이후 35년간 이어진 이 ‘편견’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KBS1 ‘아침마당’은 ‘부캐’(부캐릭터) 특집으로 ‘낭만부부’ 김기필(김해준)·나규리(나보라) 부부(사진)를 비롯해 한사랑산악회 부회장 이택조(이창호) 삼촌, 트로트 가수 김홍남(김경욱), 건물주 부녀회장 이명화(랄랄) 여사가 출연했다. KBS 제공

출연진의 변화가 가장 컸다. 일례로 지난달 26일 방송된 ‘아침마당’에는 ‘낭만부부’ 김기필(김해준)·나규리(나보라) 부부와 건물주 부녀회장 이명화(랄랄) 여사, 한사랑산악회 부회장 이택조(이창호) 삼촌, 트로트 가수 김홍남(김경욱) 등 유튜브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KBS가 이런 적이 있나’라고 할 정도로 파격에 가까운 출연진이다. 이날의 주제는 ‘명불허전 스타탄생-지금은 중년시대’. 사실 이들이 MZ 세대들에게 핫한 중년 스타이기는 하지만, 실제 인물은 아니다. 개그맨들이 유튜브에서 연기한 가상의 중년 캐릭터다. 그러나 이들은 마치 실제 인물인 척 ‘아침마당’에서 노래자랑, 토크를 거침없이 해나갔다. 진행자인 엄지인 아나운서는 아예 고모 ‘엄영자’란 캐릭터로 분장해 실제 같은 연기를 펼치며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가상의) 중년 스타들과 입담을 나눴다. 해당 영상이 유튜브로 공개된 이후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10일 현재 조회 수가 20만회를 넘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제작진 보통 ‘감다살’(감이 다 살았다는 의미의 신조어)이 아니다” “내가 나이 들더니 아침마당이 재밌어진 건가” 등 반응을 보였다.

‘아침마당’은 앞서 배우 김민종과 예지원, 밴드 자우림(이상 2025년 11월 18일), 배우 하정우·이하늬·공효진·김동욱(2025년 11월 28일), 가수 대성(2025년 12월 9일), 가수 다나카(1월 26일), 배우 신성록(1월 27일), 배우 박근형·오만석(2월 3일) 등이 출연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 6일 서울 KBS 본사에서 만난 김대현 교양다큐2국 프로듀서는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소재를 찾다 보니 부캐(부캐릭터) 특집 등을 기획했고, 그 결과 최근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팬층 확대를 원하는 연예인들에겐 ‘아침마당’ 시청자들이 60대 이상이 많다는 점이 좋게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년 부캐릭터들이 많이 있어서 한번 모아보자는 취지로 방송인 랄랄을 섭외하면서 자연스럽게 진행된 것”이라며 “랑데뷰미용실 원장님 이수지도 섭외하려고 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함께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이들이 실존하는 사람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인터넷을 검색하면 연기라는 걸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세상에 다양한 콘텐츠가 있으니까 그런 것을 소개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어르신 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게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엄지인 아나운서
‘고모 부캐’ 엄영자

엄 아나운서의 분장에 대해선 제작진이 추천했지만, “본인(엄지인)이 그렇게 더 열성적일 줄을 몰랐다”고 말했다.

엄 아나운서도 “작가가 중년 부캐 방송 일정을 얘기하던 중 자신의 꿈에 내가 아줌마 분장을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며 “그 대화 후 진짜로 그날 방송에 분장을 하면 어떨까 이야기가 오갔고, 나도 재미있을 것 같아 도전해봤다”고 설명했다. 실감 나는 ‘엄영자 고모’ 연기에 대해선 “어릴 때부터 할머니 손에 자랐고, 고모와 함께 살았기도 해서 그 감성만 잘 살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의상이나 액세서리들은 전부 시어머니 것으로, 어머니들이 모임 나가실 때 한껏 꾸미시는 느낌으로 나가봤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다”라는 엄 아나운서는 “하루 맞춤으로 준비한 캐릭터였는데, 출연 섭외가 들어온다면 언제든지 오실 준비가 돼 있다”고 아쉬워했다.

제작진은 다음 달을 기점으로 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김 프로듀서는 “3월 말쯤 ‘소통’ ‘시청자’ ‘재미’를 키워드로 개편을 준비 중인데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과 다른 시도를 해볼 것”이라며 “늘 거를 수 없는 끼니처럼 곁에 있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