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건전한 보수·진보 신주류로 ‘강한 국가’ 돼야 살아남는다” [연중기획-더 나은 미래로]

“지금 구한말 같은 세계질서 재편기
미·중 패권 전쟁 본질은 기술 경쟁
한·미동맹 넘어 정교한 다선 외교
주변 강대국 속 ‘돌고래 전략’ 필요”
“우리 사회가 ‘건전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로 확실히 해서 신주류, 세상을 넘어가는 주류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내 한 식당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이 처해 있는 상황을 ‘구한말’에 비유하면서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질서 재편기에 살아남으려면 ‘강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수 기자

6·3 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출마를 포기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불출마 사유로 현재 한국사회가 ‘전환기’라는 점을 들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은 산업혁명 직후 식민지 전쟁이 벌어지던 구한말과 같은 상황”이라면서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질서 재편기에 살아남으려면 ‘강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지사는 6일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세기 말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정치세력 간 분열을 억제하여 국가 발전을 이룩했지만, 조선왕조는 개화파와 수구파 간 싸움으로 결국 일본에 식민지화된 사실을 짚었다. 한국사회가 지금 극단화된 정치환경을 극복해야 ‘기술 대결’로 대표되는 미·중 패권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다선 외교와 기술공화국, 국가 자본주의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이 대한민국을 얕잡아 볼 수 없는 ‘돌고래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이 전 지사와의 일문일답.

 

-지금이 ‘구한말’ 같은 상황인가.

“단순한 국내 정치의 전환기만으로 볼 수 없다. 구한말이 산업혁명 이후 세계질서가 (제국주의로) 재편되던 시기이듯 지금은 세계적인 기술 경쟁에 기초한 ‘세계질서 재편기’에 돌입했다. 미국 같은 거대 국가가 경제성장률이 연 4.5%씩 성장하며 앞서나가는데, 저출산·고령화에 직면한 우리가 1%대 성장에 머문다면 우리나라가 소멸해 버리고 말 것이다. 지금의 (정치 상황은) ‘앙시앵레짐(구체제)’이 마지막 권력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노력에 불과하다. 일본의 ‘메이지유신’ 같은 길을 가야 한다. ‘조슈’와 ‘사쓰마’라는 철천지원수가 사카모토 료마라는 중재자를 통해서 하나가 되지 않았나. 내전이 일어나긴 했지만 피를 덜 흘렸다. 우리나라는 어땠나. (갈등으로) 개혁 세력 자체가 무너져버렸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2026.02.06 최상수 기자

-진보와 보수가 합의할 지점은.



“미·중 패권의 본질이 기술 전쟁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핵심 동력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아울러 전 세계가 다극 체제가 온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한·미 동맹만이 우리 미래의 살길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물론 한·미 동맹은 기본 축이다. 하지만 협상을 할 것은 확실하게 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국가 자본주의다. 과거에는 보수는 성장, 진보는 복지 이렇게 얘기했는데 이제는 다르다. 성장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네 번째는 기존의 복지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본사회, 기본소득, 기본자산 등 인간의 삶을 지키는 최소한의 시스템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는 (논쟁이) 틀이어야 한다. 그래야 자원 배분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큰 틀에서 국가 전략으로 보면 경제와 기술, 외교와 국방이 딱 떨어져 있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

 

-‘다선 외교’를 강조해왔다.

“기존 한·미 동맹의 틀은 중요하나 서로 ‘종북’, ‘친미’, ‘친중’이라고 (정치적 주장을) 하는 건 이제 의미가 없다.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과거처럼 어느 한쪽 편만 드는 ‘전선 외교’는 이제 아니다. 19세기 비스마르크가 러시아, 프랑스, 합스부르크 사이의 정교한 다선 외교를 통해 독일 통일을 이룩했듯이 우리도 미·중·일·러 사이에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합해야 한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2026.02.06 최상수 기자

-미·중 갈등 속 ‘다선 외교’가 가능한가.

“우리가 반도체, 조선 등에서 우리 실력을 갖추지 않았다면 지금 이런 대접을 받았을까? 프로이센도 마찬가지였다. 인공지능(AI) 제조업 기술과 의료·바이오를 통해 중국과, 미국과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천 기술, 일본과는 에너지 및 AI 기술을 통해 협력해야 한다. 각국이 ‘한국 없이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끔 말이다. 러시아와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북극 항로’가 우리와 이해관계가 맞다. 핵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직접적으로 싸우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과거와 같은 전쟁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약하면 얻어맞게 된다. 이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