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처럼 키워온 공장인데… 기업인들 맺힌 한 풀어달라”

개성공단 폐쇄 10년 회견

도라산 CIQ 앞 38개사 80여명
정부 향해 공단 재개 호소문

“아무 잘못도 없는 기업인들에
그간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

정부·北당국·美에도 협조 요청
통일부 “모범적 ‘통일의 실험장’”

“이재명 대통령께서 우리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한 맺힌 손을 꼭 좀 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눈발이 추적추적 내리는 10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게이트 앞. 개성공단 전면중단 10주년을 맞아 개성공단기업협회 38개사 80여명이 모여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개성공단의 재개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언제 열리나 개성공단 전면중단 10주년인 10일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가 통제되어 있다. 뉴시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는 개성공단과 가장 가까운 우리 측 지역이다. 개성공단까지는 약 5㎞ 거리, 차량으로 10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다. 개성공단은 김대중 대통령과 북측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15 남북공동선언의 후속 사업으로 추진돼 2004년 12월 설립됐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2016년 2월 문을 닫았다. 협회 회원들 대부분은 “공단이 닫힌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출입사무소를 다시 찾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경주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이날 호소문에서 “2016년 2월10일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공장을 하루아침에 빼앗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극심한 경영난에 내몰렸다”며 “정부가 나름의 지원을 해왔다고는 하나, 아무 잘못도 없는 기업인의 입장에서 그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고, 여전히 야속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에 따르면 현재 개성공단 입주 기업 124개 중 40개가 휴업 또는 폐업 상태로 추산된다. 협회가 추산한 신고액 및 실질 피해액은 8173억원이며, 정부가 확인한 금액은 이보다 적은 7087억원이다. 이 중 지금까지 정부가 지급한 총 지원액은 5787억원에 불과하다.

이들은 정부가 ‘보상’이 아닌 ‘지원’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는 “남북경협보험 약관을 보면 단서 조항에 개성공단 재개시 지원받았던 돈을 다 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있어서 보상이라고 할 수 없다”며 “보상은 돌려주지 않아도 되지만, 지원은 결국 다시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녹색섬유는 2005년 9월 개성공단 본 단지 1차 분양업체로 선정돼, 2007년 2월 입주했다. 박 대표는 “개성에서 공장을 가동한 시간은 9년, 공단이 닫힌 채 기다려 온 시간은 어느새 10년을 지나간다”며 “처음 개성에서 만났던 북측 150여명 근로자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현대아산 창고를 빌려 그들과 함께 교육과 훈련을 하며 초도 물량을 생산했다”고 그리워했다.

김진향 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개성공단은 평화와 번영의 상징이었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고, 유동옥 대화연료펌프 회장은 “경제적 이점을 누리는 것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다는 소명감이 있었다. 남북 당국자들이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큰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는 개성공단 방문을 위해 우리 정부와 북측 당국, 미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조 회장은 “우리 정부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실질적인 생존 대책 마련을, 북측 당국에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공단 방문 승인을, 미국에는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을 위한 개성공단 방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절한 역할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대변인실 명의로 낸 ‘개성공단 중단 10년 계기 입장’에서 “개성공단은 남북 간 긴장과 대결을 완화하는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으로서 남북 공동성장을 위한 대표적 실천 공간이자 가장 모범적인 ‘통일의 실험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2013년 8월 남북은 ‘정세와 무관하게 개성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며 “당시 우리 측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이뤄진 합의였음에도 2016년 2월 우리가 공단을 일방적으로 전면 중단한 것은 남북 간 상호 신뢰와 공동성장의 토대를 스스로 훼손한 자해 행위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019년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을 재개할 용의’가 있음을 직접 밝혔음에도 우리 측이 아무런 상응 조치를 취하지 못해 공단 재가동의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고 깊은 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