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합당 무산, 정청래식 ‘불통 리더십’의 예견된 참사

의원총회서 “추진 어렵다”고 결론
독선적 당 운영 중대 고비에 직면
鄭 대표, 사과하고 수습책 내놔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무산됐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범여권 대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돌아온 것은 여권 분열과 계파 갈등 격화였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어제 의원총회를 마친 후 “현 상황에서의 합당 추진은 명분은 있더라도 추진이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의총에서는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사과 등 당 지도부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에 앞서 민주당 재선의원들도 정 대표를 만나 합당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이번 사태는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해 온 ‘정청래 리더십’이 중대 고비에 직면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합당 논의가 실패로 귀결된 근본 원인은 절차적 정당성의 상실에 있다. 당의 운명이 걸린 중대사안을 추진하며 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와의 소통이나 사전 교감 없이 밀어붙였다. 최고위원들이 “모멸감을 느꼈다”고 반발할 정도로 정 대표의 합당 추진 방식은 거칠고 일방적이었다. 뒤늦게 ‘전 당원 투표’나 ‘여론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이는 자신의 독단을 정당화하려는 책임 회피성 고육책에 불과했다.



‘1인 1표제’ 도입과 맞물려 이번 합당 추진은 정 대표의 당권욕, 대권욕에서 비롯됐다는 의구심까지 증폭됐다. ‘흡수합당 시나리오’가 담긴 내부 문건이 유출되며 조국혁신당과의 불신도 증폭됐다. 우당(友黨)을 예우하기는커녕 자존심에 상처만 입혔다는 지적이다. 결국 조국 대표로부터 “13일까지 답을 달라”는 최후통첩을 받기에 이르렀다. 합당이 무산되면서 지방선거 연대 구상 역시 헝클어졌고, 독자 생존에 나설 조국혁신당과의 출혈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범여권 전체의 전략적 손실이 막대하다.

합의문까지 다 작성해 놓고도 막판에 틀어질 수 있는 게 정당 간 합당 작업이다. 그만큼 신중하고 치밀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밀어붙이다 분란의 늪에 빠졌으니, 정 대표의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2차 종합 특검 후보 추천과 검찰개혁 방안 등을 놓고 당·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정 대표는 지금이라도 독단적인 운영 방식에 대해 사과하고, 당원과 국민이 납득할 수습책을 내놓아야 한다. 앞으로도 합당과 같은 중대 사안은 당원의 총의를 모아서 추진해야 한다. 집권여당 대표는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고 정책을 결정하며 민생을 책임지는 자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