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검 추천 갈등’ 결정타… 정청 ‘합당 승부수’ 19일 만에 물거품

민주·혁신당 합당 무산

與 입법성과 부진에 靑 불만 와중
특검 갈등 겹쳐 당내 비판론 비등
찬반 나뉘던 재선도 “논의 중단을”

강득구최고 “명심은 지선 후 합당”
SNS 글 올렸다 삭제… 논란 불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넉 달가량 남겨두고 회심의 카드로 던졌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무산됐다. 지난달 22일 갑작스러운 합당 제안 발표 후 19일 만이다.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에다 ‘2차 종합특검’ 후보자 추천과정에서 불거진 청와대의 불쾌한 기류까지 겹쳐진 것이 철회의 결정적 이유다. 지방선거 공천 등을 앞두고 숱한 당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정 대표로선 상당한 리더십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지도부 내에서 아직 정 대표에 우호적인 ‘당권파’가 다수인 점은 향후 행보에 나쁘지 않다.

엇갈린 표정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제안한 6·3 지방선거 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당내 거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정 대표(왼쪽 사진 앞)와 합당에 반대한 이언주 최고위원(오른쪽 사진 가운데)이 상반된 표정으로 나오는 모습. 허정호 선임기자

◆‘합당 반반’이던 재선도 “논의 중단”

 

민주당 의원들은 10일 정책의총을 거쳐 현 상황에서는 합당 추진이 어렵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총 20인의 의원들이 발언했는데 현시점에서 합당을 해야 한다고 발언한 의원은 권향엽 의원 등 극히 소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 의원이 현시점에서의 합당 추진은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류는 의총 전 재선의원들과 정 대표 간 간담회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재선의원 모임 대표를 맡은 강준현 의원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원들이 민주당과 혁신당 간 합당 논의를 중단하고 국정 현안에 집중하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이라도 빨리 결정을 내리자, 당 대표님의 조속한 결단을 요청하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며 “더 이상 갈등이 증폭되는 것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재선의원들은 지난 4일 가진 모임에선 “(합당을 둘러싼) 갈등 국면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각각의 의원들, 특히 지도부는 과한 표현을 자제하는 게 맞다”면서 일종의 중재적 표현을 쓴 바 있다. 당시 재선 의원들 모임에서는 합당 자체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분분했었다. 일주일여 만에 다시 열린 간담회에서 “당 대표의 조속한 결단”이라는 표현으로 합당 반대 의견이 늘어났다.

 

◆‘2차 종합특검’ 추천 논란이 결정적

 

의원들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이 뒷받침할 때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최근 부쩍 ‘입법 성과’를 강조하는 이재명 대통령을 의식한 태도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내 균열 양상으로 치달았던 현 상황 수습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도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정 대표를 앞에 두고 입법성과 부진을 공개리에 언급했었다. 당시 비공개 회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풍문도 들린다.

김민석(가운데)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훈식(왼쪽) 대통령비서실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제6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기에 ‘2차 종합특검’ 후보자 추천 논란이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건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2023년 체포동의안 사태’ 때 검찰이 (이 대통령에) 영장을 청구한 근거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진술이었다”며 “그 김 전 회장의 변호인 중 한 명이 (민주당이 추천한) 전준철 변호사였다. 그러면 전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을 도와서 이 대통령에 총구를 겨눈 사람”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면서 정 대표가 즉각 사과를 표했지만, 결국 합당 논의 자체 동력이 상실됐다. 박지원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대표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특검 추천 문제가 겹쳤다”면서 “이것은(합당 문제는) 돌아가자”고 말했다.

 

합당 추진 과정에서 정 대표와 같은 스탠스를 취했던 범여권 스피커 김어준씨 역시 이번 사태로 일정 부분 영향력이 감소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씨는 특검 추천 논란 때에서 “전준철이 했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합당 논란 종지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가 10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후 지방선거 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뒤 합당에 반대를 표명해 온 이언주 최고위원과 악수하며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지도부의 계파 구성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친명계 강경파 일각에서 정 대표와 가까운 당권파 이성윤 최고위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비당권파인 강득구 최고위원이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지방선거 후에 합당하는 것이 이 대통령의 바람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것은 또다른 논란의 소지가 있다. 홍익표 정무수석을 만났는데 지방선거 후 합당 하고 전당대회는 통합전당대회로 했으면 한다는 게 대통령 바람이라는 내용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강 최고위원은 사실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올린 글이라고 해명했고 청와대도 “합당은 당이 결정할 사안이며, 청와대는 합당과 관련해서 그 어떠한 논의나 입장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