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키·스노보드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초반 한국 선수단의 메달 사냥의 선봉장 역할을 하며 전성기를 맞이하는 모양새다. ‘설상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스키·스노보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역대급 재능들의 연이은 출현과 협회장사인 롯데그룹의 체계적이고 든든한 지원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일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올림픽 4수’ 만에 은메달을 따낸 ‘늦깎이 보더’ 김상겸(하이원)에 이어 10일엔 여자 빅에어의 ‘여고생 보더’ 유승은(성복고)이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스키·스노보드는 사상 처음으로 단일올림픽 ‘멀티 메달’을 수확했다. 1960 스쿼밸리에서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한국 스키·스노보드는 안방에서 열린 2018 평창에서 이상호(넥센윈가드)가 평행대회전 은메달로 첫 역사를 써냈다. 4년 전 베이징에선 메달 명맥이 끊겼지만, 8년 만에 멀티 메달을 따내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금의환향’ 김상겸 김상겸(왼쪽)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일정을 마치고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은메달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은 아내 박한솔씨. 인천공항=뉴스1
유승은을 비롯해 하프파이프의 최가온(세화여고), 이채운(경희대) 등 재능 있는 선수들이 엘리트 스노보드 선수의 길에 들어서고, 롯데그룹이 뒤에서 든든하게 10년 이상 지원한 결과가 이번 올림픽에서 드러나고 있다. 롯데는 2014년 신동빈 회장이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한국 스키·스노보드를 뒷받침하고 있다.
학창 시절 스키 선수로 활동한 신 회장의 스키 사랑이 계기가 됐다. “경영을 하지 않았다면 스키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스키 사랑이 남다른 신 회장은 2014년 11월 회장에 당선되며 “한국 스키·스노보드의 르네상스를 이끌겠다”고 일성을 밝혔고, 그에 따라 롯데는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신 회장이 협회장으로 재임한 2014∼2018년 175억원 이상을 지원했으며,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500억원을 후원했다.
신 회장이 물러난 이후에도 롯데 출신 임원들이 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롯데는 2022년엔 스키·스노보드팀도 창단해 유망주에게 계약금과 훈련비, 장비 등을 지원하며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신 회장은 최가온이 2024년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 출전했다가 허리를 크게 다쳐 수술받자 치료비 전액인 7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제 한국 스키·스노보드에 남은 건 금메달이라는 ‘화룡점정’이다. 더욱 기대감을 키우는 것은 애초 스키·스노보드에서 메달을 기대했던 유망 종목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점이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최가온과 이채운,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의 정대윤(서울시스키협회)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 선수단에 이번 올림픽 1, 2호 메달을 안긴 김상겸과 유승은은 억대 포상금을 받는다.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는 김상겸에게 2억원, 유승은에게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협회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에 3억원, 은메달에 2억원, 동메달은 1억원의 포상금을 책정했는데, 당시엔 입상자가 나오지 않았고 이번 올림픽에서 포상금액은 그대로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