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미임명 및 졸속 지명 의혹으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측이 10일 첫 재판에서 공소기각을 주장했다.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의 기소 자체가 무효라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이날 한 전 총리,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이후 처음으로 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한 전 총리를 비롯한 주요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혐의가 특검팀의 수사 대상에서 벗어났다며 공소기각을 주장했다. 공소기각은 소송조건 흠결이라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검찰의 공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선고하는 형식적 종국 재판이다.
한 전 총리 측은 “이 사건의 공소 사실은 특검법이 정한 수사·기소 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공소 제기(기소)는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한 공소 제기로 당연히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재판부가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공소장 하나에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 있는 내용만 기재하고 다른 것은 붙이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또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것으로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정 전 비서실장, 김 전 민정수석, 이 전 비서관 측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정 전 실장 측은 “특검이 법이 정한 수사 관할을 이탈해 기소했기에 이 사건의 공소 제기는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최 전 부총리 측은 “피고인이 왜 (다른 피고인들과) 함께 기소됐는지도 의문이다.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공소사실에서는 최 전 장관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그러면서 최 전 부총리의 사건을 분리해 재배당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오는 20일로 지정하고 증인신문 등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 전 총리와 최 전 부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 이후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마은혁·정계선·조한창)을 임명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전 총리의 탄핵 소추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최 전 부총리는 3인 중 마 후보자는 여야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외한 채 정·조 후보자 2명만 우선 임명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한 전 총리, 정 전 실장, 김 전 수석, 이 전 비서관 등은 한 전 총리가 탄핵 기각으로 권한대행에 복귀한 이후 인사 검증을 졸속으로 진행해 함상훈·이완규 후보자를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한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