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주부 이모(58) 씨는 퉁퉁 부은 종아리를 주무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에 신었던 양말을 벗자 발목에는 선명한 ‘띠’가 둘러져 있었고, 손가락으로 꾹 누른 살은 한참이 지나도 차오르지 않았다.
“나이 들어 살이 찐 거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던 찰나, 다리 뒤편에서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푸른 혈관을 발견하고서야 덜컥 겁이 났다고 한다. 이 씨의 사례처럼 저녁 무렵 신발이 유독 꽉 끼거나, 양말 자국이 문신처럼 남는 현상. 이건 단순한 비만이 아니다. 당신의 몸속 ‘혈액 펌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구조 신호다.
◆하지정맥류 환자 60%가 여성…50대부터 ‘종아리 펌프’ 고장 급증해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하지정맥류 환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여성이다. 특히 50대 이후부터 환자 수가 가파르게 치솟는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하체 정맥의 탄력이 고무줄처럼 늘어지고, 피를 심장으로 밀어 올리는 힘이 급격히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종아리를 굵게 만드는 가장 흔한 주범은 부종이다. 한국인의 식탁을 점령한 ‘짠 국물’이 문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2000mg을 훌쩍 넘긴다.
우리가 무심코 들이킨 뜨끈한 국물 속 염분은 체내 수분을 꽉 붙잡아두고, 중력의 영향으로 그 물을 종아리에 가두어버린다.
여기에 50대 여성의 ‘근육 빈곤’이 기름을 붓는다. 질병관리청 통계상 50대 여성의 규칙적 신체활동 실천율은 30~40%대에 불과하다. 근육이 빠진 자리에 지방이 차오르면서, 혈액을 쏘아 올릴 펌프의 엔진 자체가 꺼져가는 셈이다.
◆막힌 혈관 뚫는 1분의 기적, ‘종아리 마사지’ 주목…‘골반 경사’ 먼저 확인해야
일본의 유명 물리치료사 후지사와 모토코는 “중년 이후 종아리 굵기는 혈류가 정체된 순환의 성적표”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일본의 요법을 무턱대고 따라 하기엔 한국인의 체형적 특성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한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진료 현장에서 만난 환자들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인은 좌식과 온돌 문화 탓에 골반이 뒤로 기울어진(후방 경사) 경우가 많다. 무작정 주무르기 전에 본인의 골반 상태를 먼저 체크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싼 헬스장 등록보다 일상 속 ‘틈새 공략’이 노후 건강을 가른다고 조언한다. 샤워 후 오일을 바르고 발목에서 무릎 방향으로 가볍게 쓸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막힌 하수구를 뚫듯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이때 세게 누르기보다 림프절을 부드럽게 자극하는 것이 핵심이다.
◆설거지·양치할 때 15회씩 ‘틈새 운동’…오늘의 귀찮음이 10년 뒤 병원비 절약
가장 확실하고 ‘가성비’ 높은 처방전은 따로 있다. 바로 설거지나 양치질을 할 때 제자리에서 뒤꿈치를 천천히 들었다 내리는 ‘까치발 들기(카프 레이즈)’다.
거창한 운동복도 필요 없다. 싱크대 앞에서 15회씩 3세트만 반복해도 잠자던 종아리 근육이 깨어난다. 1시간마다 일어나 발목을 빙글빙글 돌려주는 정성만 있어도 혈관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부종을 방치하면 단순한 붓기를 넘어 하지정맥류나 심혈관 질환이라는 청구서가 날아온다. 오늘 저녁,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작은 불편함이 10년 뒤 수백만원의 병원비를 아끼는 가장 현명한 재테크가 될 것이다.
종아리의 굵기는 체중계 숫자가 아닌, 당신의 몸이 얼마나 활발하게 흐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직한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