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까지 이거 안 끄면 내 대화 내용 다 털린대.”
10일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모인 단톡방이 술렁였다. 유튜브에서 시작된 ‘카톡 개인정보 강제 수집’ 경고 영상이 부모님 세대를 넘어 전 국민의 불안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조회수는 순식간에 200만회를 돌파했다.
포털 연관 검색어는 온통 ‘강제 수집’으로 도배됐다. 4800만명이 쓰는 국민 메신저가 하루아침에 감시 도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생각보다 구체적이고 빠르게 퍼져 나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월 11일 데드라인’은 왜 나왔나
이번 소동의 발단은 카카오가 올해 1분기 출시를 예고한 AI 서비스 ‘카나나’를 위해 약관을 개정하면서 시작됐다.
약관에 ‘이용기록 및 패턴을 분석·요약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었는데, 여기에 “7일 내 거부 의사가 없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안내가 붙으면서 화를 키웠다.
일부 유튜버들은 2월 11일을 ‘정보 수집 데드라인’으로 규정하며 당장 설정을 바꾸지 않으면 내 사생활이 AI 학습 교재가 될 것처럼 경고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관이 바뀌었다고 해서 카카오가 내 대화 내용을 마음대로 가져가서 학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는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에 대해 반드시 ‘명시적이고 개별적인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비스 전체 이용 약관에 슬쩍 끼워 넣는 것만으로는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렵다는 뜻이다. 카카오 관계자 역시 “실제 데이터 활용은 서비스 이용 시 별도의 팝업창 등을 통한 동의 절차를 거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에 떠돈 ‘꿀팁’의 배신
가장 큰 문제는 공포를 동력 삼아 퍼진 ‘대처법’이다. 일부 유튜버는 카카오톡 설정 메뉴에서 △위치정보 △프로필 정보 △배송지 정보 수집 동의를 모두 해제하라고 조언한다. “부모님 폰에서 이것부터 꺼드려라”는 식의 ‘효도 코스프레’까지 덤으로 붙는다.
하지만 확인해본 결과, 이 항목들은 이번 약관 개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기존 서비스용 선택 동의 사항이다. 이를 해제한다고 해서 새로운 AI 약관 동의가 거부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선물하기’로 선물을 보낼 때마다 배송지를 일일이 수동으로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만 초래할 뿐이다. 공포에 질려 내 손으로 내 편의를 깎아먹는 셈이다.
카카오는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서비스 이용기록과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와 광고를 제공할 수 있다’는 문구 자체를 삭제하기로 했다. 오는 21일부터 적용되는 재개정 약관에서는 문제가 된 표현이 아예 사라진다.
문구 하나가 4800만명을 불안에 떨게 만든 이번 사건은, 기술의 완성도보다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뜻한다.
◆그래서 내 정보는 안전한가
결국 독자가 궁금한 건 ‘내 단톡방 수다가 AI 학습에 쓰이느냐’다. 카카오의 설명에 따르면, 채팅방 대화를 요약해주는 기능은 서버로 대화가 전송되지 않고 이용자의 스마트폰 단말기 내에서만 처리되는 ‘온디바이스’ 구조를 지향한다.
즉, 내 대화 내용이 카카오 본사 서버로 넘어가 딥러닝의 재료가 될 확률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물론 대형 플랫폼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시대다. 단순히 “법대로 하니 안심하라”는 말은 먹히지 않는다. 앞으로 새로운 AI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뜨게 될 ‘동의’ 팝업창을 꼼꼼히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2월 11일이라는 가짜 데드라인에 쫓길 게 아닌, 서비스가 제공하는 편의의 대가로 내가 어떤 정보를 내어주는지 정확히 인지하는 ‘디지털 문해력’이 진짜 방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