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이라기보다는 현실을 특정한 방식으로 구성하고 인식하게 만드는 렌즈에 가깝다. 어떤 현상을 통계적으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그 현상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디까지를 포함할 것인지를 둘러싼 일련의 판단이 필연적으로 개입된다.
이런 면에서 국가의 공식 통계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통계는 행정적 현실을 구성하는 도구로 작동하며, 때로는 특정 집단의 존재를 ‘가시화’하거나 반대로 ‘비가시화’하기도 한다. 통계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며 예산 배분이나 서비스 대상 선정 등 실질적인 자원 분배에도 영향을 미친다.
쟁점은 통계라는 렌즈 자체에 있다기보다 그 렌즈를 통해 포착된 현실이 정책의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해석의 방향에 있다.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을 부모-자녀관계 중심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정책이 ‘개인의 필요’보다 ‘가구의 특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만드는 경향을 불러올 수 있다. 예컨대, 아동 개개인의 학교 부적응이나 학업 부진 같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필요보다 ‘가족’의 체류 자격이나 법적 지위에 따라 지원 대상이 결정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접근은 실제 필요와 어긋난 정책 대응을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족’이라는 범주에 포착되지 않는 아동·청소년의 개별적 욕구나 긴급한 상황을 정책적 사각지대로 내몰 위험도 있다.
숫자를 만드는 규칙은 언제나 하나의 선택이다. 그리고 모든 선택에는 늘 드러나는 것과 함께 가려지는 것이 따른다. 그렇기에 새로운 통계가 제시될 때마다 우리는 그 통계가 무엇을 포착했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놓쳤는지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통계는 단지 수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곧잘 정책의 기준이 되고 현실을 구성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