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 대한 보상으로 1인당 전 상품 5000원을 할인해 주는 쿠폰을 지급했을 때 아내로부터 들은 얘기다. 당장 쿠팡에서 물건을 급하게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굳이 보상 쿠폰을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기다리다 보면 할인폭이 훨씬 더 큰 쿠폰을 받을 수 있어서다. 쿠팡은 일정 기간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에게 ‘웰컴백’ 쿠폰을 준다. 보통 3∼6개월 정도 기다리면 적어도 1만원 이상의 할인쿠폰이 지급된다. 최대 2만7000원까지 할인받았다는 후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족끼리 여러 개 아이디를 돌려쓰며 주기적으로 쿠폰을 챙기는 요령도 공유하고 있다.
박세준 정치부 차장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도 일종의 ‘쿠폰’으로 이해하면 쉽다. 주택을 팔 때 생긴 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내는 것이 원칙이다. 예를 들어 집을 2억원에 샀다가 5억원에 팔았다면 차익인 3억원에 대해 붙는 세금이 양도세다. 다주택자는 1주택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중과세를 물리는데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의 추가 세율을 가산하는 식이다.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될 예정인 5월9일까지는 다주택자가 이 쿠폰을 사용해 추가 세율을 할인받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이 마지막 탈출 기회”라며 다주택자들이 빨리 쿠폰을 써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급하게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면 굳이 이번에 쿠폰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올해 연말이나 내년쯤 집을 내놓으려고 했던 다주택자는 계획을 앞당겨 주택을 매도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겠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대출 옥죄기를 하는 통에 매수자도 많지 않은 가운데 유예 종료일 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하려는 매물까지 늘면 원하는 가격에 집을 팔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뀌면 늘상 다시 쿠폰이 나왔다. 2004년 노무현정부 때 처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된 뒤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 유예 쿠폰이 발급됐고, 2017년 문재인정부에서 중과 조치가 부활한 뒤 2022년 윤석열정부 때부터 다시 유예됐다. 쿠폰을 주는 명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한시적으로 세 부담을 낮춰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할 수 있고, 덕분에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집값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쿠팡과 정부는 간과하면 안 된다. 쿠폰을 쓰도록 설득하기 전에 잃어버린 국민과 소비자들의 신뢰부터 되찾아야 한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쿠팡이 당초 추정치대로 3367만여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럼에도 쿠팡 측은 실제 유출된 정보는 약 3000개 계정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5개월 동안 파악하지 못했고, 초반에는 유출 규모도 4500명뿐이라고 신고했다가 번복한 쿠팡의 말을 믿어 줄지는 소비자의 몫이다.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대통령과 정부도 국민이 왜 메시지를 신뢰하지 않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큼은 반드시 잡겠다”고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선언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료를 계기로 향후 세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쿠폰을 두고 협박하지 않아도 집을 파는 게 합리적이면 팔 수밖에 없는 게 시장의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