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머니 무브’에 도사린 위험

자금 대거 이동, 증시 ‘불장’ 연출
경기 ‘냉골’, 주식·실물 괴리 심화
주식자금 역류에 부동산과열 조짐
거품 선제대응·체질개선 집중해야

“집을 소유하지 않겠다.”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는 2020년 그의 꿈인 화성 도시를 건설하는 데 많은 돈이 필요하다며 주택 처분을 선언했다. 머스크는 2년간 ‘머스크 촌’이라 불리던 캘리포니아 호화주택 7채를 1억2790만달러에 팔아 그 돈을 자신의 비상장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초대형 우주선(스타십) 개발에 보탰다. 올해 기업가치가 1조5000억달러로 추정되는 스페이스X의 증시 상장이 성사되면 머스크는 인류 최초로 자산 1조달러를 웃도는 ‘조만장자’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외신은 전한다. 그는 지금 스페이스X에서 빌린 5만달러짜리 조립주택에서 살고 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핏은 60년의 주식투자에서 무려 610만%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내면서도 부동산 투자를 기피했다. 그는 “주식시장에는 부동산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버핏은 1958년 3만1500달러를 주고 산 집에서 평생 살고 있다. 머스크의 혁신과 버핏의 가치투자는 미국이 성장과 번영을 구가하는 핵심동력이라 할 만하다.

주춘렬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의 ‘머니 무브’구상도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이 구상은 시중 자금을 부동산에서 주식 등 생산적 금융에 옮겨 혁신과 잠재성장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거론하며 “부동산에 몰린 죽은 돈을 깨워 기업의 심장(증시)으로 보내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소멸의 길로 갈 것”이라고까지 했다. 정부는 고강도 규제로 부동산 자금 유입을 막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대책을 쏟아냈다. 당장 두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고 소액주주에 유리한 집중투표제와 주주환원 확대 등도 단행했다. 자사주 소각부터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업지배구조 개선, 150조원의 국민성장 펀드까지 대기 중인 대책도 즐비하다.



그러자 주식시장은 ‘불장’으로 돌변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무려 75.6%나 올라 세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얼마 전 꿈의 지수인 코스피 5000시대가 열렸다. 주가 부양 덕에 시중 자금의 증시 유입이 가속화된 데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반도체 초호황이 더해진 결과다.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현상’이 번지고 주식계좌 수는 1억개 이상으로 불어났다. 그런데 불난 증시와는 달리 실물경제는 냉골이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은 -0.3%에 그쳤고 올해도 2% 성장이 쉽지 않다. 고용시장에는 혹독한 한파가 몰아친다. 돈으로 주가를 떠받치는 금융장세는 경제성장과 기업실적이 따라주지 않으면 거품붕괴로 이어졌던 게 과거의 경험이다. 투자자들은 아직 한국 증시를 믿지 못해 ‘엑시트’를 저울질하며 좌불안석이다.

부동산시장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서울 집값은 8.71%나 올랐다. ‘미친 집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문재인정부 시절(최고치 2018년 6.73%)보다도 상승폭이 더 크다. 지난해 하반기 코스피가 4000대로 치솟자 투자자들은 주식으로 번 돈으로 고가 아파트를 사들이는 역류현상까지 벌어졌다. 서울 강남·용산·성동과 경기 과천 지역의 아파트가 다락같이 오른 까닭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서도 이 기간 서울 주택 매입에 쓰인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2조948억원에 달한다. 올 초에는 고액 자산가들이 주식 처분 자금으로 강남권 꼬마빌딩이나 한남동·반포동의 호화주택을 사들인 정황도 포착됐다.

버핏은 2001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후 “해변에서 물이 빠져나갈 때 누가 벌거벗고 수영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지금의 머니 무브도 주식과 부동산과열의 불쏘시개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부발 거품 재앙’을 피하는 근본 해법은 시장과 실물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다. 경제체질을 확 바꾸고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정부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풀고 투자 환경부터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시중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 등을 오가며 과열을 부추기는 ‘풍선효과’를 막는 것도 소홀히 해선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