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사권 갖춘 부동산감독원, 권한 남용 우려스럽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상화는 5000피(코스피 5000),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음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밝힌 다음 날인 1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 월드 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아파트 등 주택 단지가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일이 얼마나 어렵겠나만 계곡 정비나 주가 5000 달성보다야 더 어렵겠느냐"면서 "집값 안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2.1/뉴스1

여권이 추진 중인 부동산감독원은 부동산 투기 방지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침해와 정치적 악용 우려가 크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은 국무총리실 소속 부동산감독원이 각종 불법행위를 직접 조사하고 관계기관을 총괄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8개 기관이 각각 관리하던 부동산 투기 관련 범죄를 한곳에 모아 살펴본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부동산감독원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지금도 국세청, 경찰, 금감원, 국토부 등이 거래 신고와 과세, 대출심사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조직과 인력 등 제도적 장치가 없어서 부동산 투기를 못 잡는 게 아니다. 여기에 100명에 달하는 새로운 감독기구를 얹는 것은 옥상옥(屋上屋)에 가깝다.



감독원은 범죄행위가 입증되지 않은 개인의 자금 흐름과 과세 정보, 금융기관 대출 정보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수사 대상도 시세 조작부터 부정 청약, 불법 증여 등 부동산 관련 26개 법률 위반 행위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헌법에 규정된 ‘영장주의’에 어긋나는 데다 행정 편의를 위해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과 다름없다.

여당은 개인정보 자료를 요청할 때 부동산감독협의회를 통해 사전 심의를 받도록 하고, 1년 안에 자료를 폐기하는 조치를 했다지만 개인정보 침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협의회 자체가 총리실 산하라는 점에서 심의 절차가 요식행위로 전락할 소지가 다분하다. 여당이 모델로 삼은 금융감독원과 비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면허 산업인 금융기관 감독과 국민 개개인의 부동산 거래 감시가 똑같다는 얘기인가. 정략적 의도 아래 특정인의 부동산 비리를 파헤치는 수단으로 악용될까 걱정스럽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감독원은 2020년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추진하려다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는 포착한 불법거래를 관련 기관에 통보하는 수준이었지만 이번엔 권한이 대폭 커졌다. 졸속 입법은 자칫 시장의 거래를 위축시키고, 정보 노출에 따른 공포감만 키울 수 있다. 하반기 출범이라는 목표에 맞춰 서두르기보다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철저히 위헌 소지를 따지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먼저다. 부동산 문제는 수요에 맞는 공급과 세제 정상화라는 정공법으로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