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이전엔 주민번호가 없었다… ‘국민 고유번호’가 된 간첩 식별 수단 [심층기획-주민번호 변경 급증 왜]
기사입력 2026-02-11 17:59:42 기사수정 2026-02-11 17:59:41
주민등록번호는
2014년 번호 처리 금지 등 보호조치 2020년 지역번호 폐지 등 체계 개편
주민등록번호는 박정희정부 시절 간첩 식별 수단으로 도입돼 전 국민의 고유 식별 번호가 됐다. 2014년 신용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주민번호 보호 조치가 한층 강화됐다.
11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주민등록번호는 1968년 간첩 식별 등의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해 1월21일 발생한 ‘김신조 청와대 습격 사건’이 결정타가 됐다.
한 시민이 주민등록증 발급을 신청하는 모습. 연합뉴스
당시 정부는 주민등록법을 개정해 주민등록증을 일괄적으로 발급하고, 대상자에게 각각 고유한 12자리 번호를 부여했다. 주민번호가 현재와 같은 13자리가 된 것은 1975년의 일이다. 주민등록 제도 자체는 그보다 앞선 1962년 도입됐다.
주민번호는 특정 개인을 식별, 공공·민간 영역에서 신원을 보증해 주는 국가적 차원의 범용 식별 정보로 자리매김했다. 1990년대 후반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인 발전과 맞물려 개인정보의 디지털화, 나아가 전자정부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주민번호의 고유한 특성상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중, 2014년 신용카드 3사의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 터졌다.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 롯데카드에서 1억400만건에 달하는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갔다. 주민번호도 포함됐다.
이에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2014년 ‘주민번호 수집 법정주의’를 도입했다. 개인정보 처리자의 주민번호 처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법령상 처리를 요구 또는 허용한 경우, 정보 주체나 제삼자의 생명·신체·재산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만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또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고도 인터넷 홈페이지 회원 가입이 가능하게 했다.
아울러 2014년 주민번호 유출에 대한 과징금 제도가 신설됐다. 2023년엔 암호화 등 안전성 확보 조치를 하지 않은 공공기관 등에 대해선 최대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그사이 주민번호엔 또 한 번의 변화가 있었다. 정부는 2020년 주민번호 뒷자리에 지역 번호를 없애고, 성별을 나타내는 맨 앞 숫자를 제외한 6자리는 임의 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45년 만에 체계를 개편했다. 지역 차별 논란 때문이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주민번호 보호와 관련해 “개인정보 처리자는 주민번호를 암호화해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며 “주민번호가 포함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엔 과징금을 산정할 때 중대성 정도를 높게 판단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