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정석은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극 중 승민의 친구 ‘납뜩이’로 등장해 능청스럽고 재치 있는 말투, 과장되면서도 밉지 않은 표정 연기로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 그는 이 작품을 계기로 충무로와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하게 됐다.
SBS는 배우 조정석의 파격적인 변신을 볼 수 있는 영화 ‘파일럿’을 13일 오후 8시50분에 방송한다. SBS 제공
영화 ‘파일럿’(2024)은 조정석의 이런 매력이 잘 살아나는 영화다. 영화는 최고의 비행 실력을 갖춘 스타 파일럿 ‘한정우’가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실직하는 데서 출발한다. 항공업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이름으로 조종간을 잡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한정우는 뷰티 유튜버인 여동생 ‘한정미’의 이름을 빌려 여성 파일럿으로 위장취업을 한다.
영화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조정석의 파격적인 변신이다. 그는 여성 파일럿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7kg 감량하고 목소리 톤과 말투, 제스처까지 세심하게 연구했다. 단순한 분장에 그치지 않고 인물의 심리와 상황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며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를 동시에 이끈다.
‘여장남자’라는 설정은 오래된 코미디 장치다. 비슷한 영화로 ‘미세스 다웃파이어’나 ‘화이트 칙스’ 등이 유명하다. 면접·탈의실·화장실·합숙 공간 등에서 주변 동료에게 정체를 들킬 뻔하거나, 무심코 튀어나온 낮은 목소리와 군대식 말투, 다리 벌림 습관으로 ‘위기’를 맞고, 분장과 가발이 어그러지거나 하이힐을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장면들로 웃음을 끌어내는 것은 여장남자 영화의 정형화된 공식이다. ‘파일럿’ 역시 이런 오래된 문법을 따른다.
그러나 이를 식상함 대신 유쾌함을 바꾼 것이 조정석의 힘이다. 여기에 여동생 역의 한선화, 직장 동료 파일럿 윤슬기 역의 이주명 등과의 호흡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영화는 조정석의 활약으로 47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SBS는 13일 오후 8시50분 ‘파일럿’을 설 특선 영화로 편성했다. 웃음과 변신, 그리고 배우 조정석의 또 다른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