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상징이자 임시정부의 수장인 백범 김구 선생이 탄생한 지 15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유네스코는 최근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을 ‘2026년 유네스코 세계기념해’로 공식 지정했다. 이번 지정은 단순히 한 위인을 기리는 차원을 넘어 그가 평생을 바쳐 주창했던 문화의 힘이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김구 선생은 그의 저서 ‘나의 소원’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보다 문화가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고 역설했다. 그가 갈망한 것은 군사력이나 경제적 풍요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는” 높은 문화의 힘이었다. 해방 이후의 혼란 속에서도 그가 교육과 문화에서 국가의 비전을 찾았던 이유는 진정한 평화는 인간 존엄과 상호 이해라는 도덕적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백범의 철학은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라고 명시한 유네스코 헌장의 핵심 이념과 정확히 맞닿아 있고, 이번 유네스코 총회에서 카메룬,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8개국이 공동 지지국으로 참여한 사실은 김구 선생의 메시지가 특정 지역을 넘어 보편적 호소력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다.
오늘날 K컬처의 열풍은 백범이 꿈꾸었던 ‘문화 국가’의 비전이 현실화되는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문화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문화제국주의가 지녔던 일방적인 전파나 관성을 우리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색깔만을 강요하기보다 세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섞여들 수 있는 자리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K컬처가 제시할 새로운 보편성은 우리 주도의 선언이 아니라, 각 민족의 고유한 서사들이 서로를 환대하고 포용하며 함께 완성해가는 아름다운 후렴구가 될 때 비로소 진정성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유네스코 기념해 지정은 우리 문화 정책과 산업이 지향해야 할 근본적인 지점을 환기한다. 현재 K컬처를 둘러싼 논의가 지나치게 세계 1위라는 수치나 기술적 효율 같은 산업적 성과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문화를 단순히 국가 브랜드 제고를 위한 도구로만 보는 태도는 백범이 경계했던 또 다른 형태의 힘의 논리이자 문화적 패권주의의 변주에 불과하다. 가장 아름다운 나라는 세계의 다양성 앞에서 인류의 보편적 고통에 공감하는 조력자가 될 때 비로소 완성되지 않을까.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