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법 강행 처리 명분 삼아 국민에 당혹감 넘어 실망 안겨줘 여야 대치 심할수록 대화 나서야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 오찬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2.12/뉴스1
어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청와대 오찬 회동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돌연한 ‘불참’ 선언으로 무산됐다. 대통령 초청 여야 대표 회담이 당일, 그것도 회담을 한 시간 앞두고 무산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청와대가 “의제 제한 없는 민생회복 논의”를 제안하자 장 대표는 이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당일 아침 최고위원들이 강하게 만류하자 장 대표는 “다시 논의하겠다”며 발을 뺐다. 국가적 현안이 산적한 시기에 장 대표의 무책임한 갈지자 행보는 당혹감을 넘어 실망을 안겨준다.
장 대표가 내세운 불참의 명분 중 하나는 전날 더불어민주당의 ‘재판소원법’ 국회 법제사법위 강행 처리 등 ‘사법 시스템 파괴’에 대한 항의다. 장 대표는 “한두 번이 아니다. 대통령과 오찬 잡히면 반드시 그날이나 그 전날에는 이런 무도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일수록 이를 풀기 위한 대화의 장은 더욱 절실하다. 대통령이 마련한 협치의 장을 당일 아침에 뒤집는 것은 책임 있는 정당의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여당에 공세의 빌미만 제공하고 야권 내부의 혼란상만 부각한 꼴이 됐다.
장 대표는 최근 당내 문제를 놓고도 불안정한 리더십을 보여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나 강성 유튜버 전한길씨와 관계 등을 놓고 번번이 오락가락했다. 국민의힘이 변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 움직일 듯한 제스처를 취하다, 강성 지지층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점 회귀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원칙 없이 여론의 향배에만 매몰된 리더십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본인이 직접 수락한 대통령의 제안조차 내부 압력에 밀려 손바닥 뒤집듯 무산시켰으니 그가 정치지도자로서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장 대표는 그동안 국회 대표 연설 등을 통해 대통령과의 회동을 여러 차례 요구해 왔다. 여야 대표 회담을 앞두고 쟁점법안을 국회 상임위에서 단독처리한 민주당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진정으로 협치 의지가 있다면 조금 더 야당을 배려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이를 명분으로 회담 한 시간 전에 불참을 통보한 것은 도를 넘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 면전에서 법안의 부당성과 절차의 하자를 부각하고 국민의 우려를 전달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어떤 국민도 장 대표의 갈팡질팡 처신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